‘7년의 밤’부터 ‘살인소설’까지… 올봄에는 스릴러 러시

입력 2018-03-21 00:10
3~4월 극장가를 채운 스릴러 영화들. 왼쪽부터 ‘7년의 밤’ ‘나를 기억해’ ‘살인소설’의 극 중 장면. 각 영화사 제공
스릴러라는 장르에는 도무지 끊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일상에선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극한의 스릴(전율)과 서스펜스(긴장감)가 그것이다. 유독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이유이기도 하다. 스릴러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놓칠 수 없는 영화 세 편이 몰려온다. ‘7년의 밤’ ‘나를 기억해’ 그리고 ‘살인소설’이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7년의 밤’은 정유정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원작의 인기가 워낙 높아 영화에 대한 기대감 또한 상당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의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2016년 5월 크랭크업을 하고도 후반작업이 길어져 한동안 개봉일을 잡지 못했다. 2년여의 기다림 끝에 관객을 만나게 됐다.

영화는 두 남자를 둘러싼 처절한 복수극을 그린다. 인적 드문 세령마을의 댐 관리자 최현수(류승룡)가 여자아이를 치는 교통사고를 낸 뒤 아이를 호수에 유기하고, 아이의 아버지이자 마을의 대지주인 오영제(장동건)는 범인을 찾기 위해 나선다. 그 복수의 칼날은 최현수의 아들 최서원(고경표)에게까지 미치게 된다.

추 감독은 “원작 속 사실과 진실의 간극인 ‘그러나’의 이야기를 잘 표현하고 싶었다. 악한 행동의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원작이 사건의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면 영화는 사건이 발생한 뒤 그로 인해 어떤 결과들이 벌어지는지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여겨볼 지점은 장동건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다. 그로서는 생애 첫 악역. 젠틀한 신사 이미지를 완전히 내던지고 과감한 도전들을 해냈다. 인물의 성격을 명확히 표현하기 위해 직접 머리를 밀어 M자 탈모 헤어라인을 만들기도 했다. 장동건은 “나의 한계치를 모두 쏟아냈기에 여한이 없다”고 했다.

4월 개봉을 앞둔 ‘나를 기억해’는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같은 수법으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범죄에 휘말린 여교사(이유영)와 전직 형사(김희원)가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 베일에 싸인 범인 ‘마스터’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연출을 맡은 이한욱 감독은 “스릴러의 매력은 주어진 정보를 얼마만큼 보여주고 감추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것 같다”면서 “관객이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몰입할 수 있도록 극의 구성을 짰다”고 말했다.

여성 대상 범죄를 다루고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했다. 주인공 서린 역의 이유영은 “피해자의 정서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더 이상 그런 범죄가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더 책임감을 갖고 임했다”고 얘기했다.

‘살인소설’은 한국사회의 부패한 정치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한 작품. 3선 국회의원의 사위이자 보좌관인 경석(오만석)이 장인의 비자금을 숨기러 불륜 상대인 지영(이은우)과 함께 별장에 들렀다가 의문의 소설가 순태(지현우)를 만나며 벌어지는 24시간을 비춘다.

이 영화로 제38회 판타스포르토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최우수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김진묵 감독은 “거짓말을 가장 잘하는 두 직업군 정치인과 소설가의 싸움을 그리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엿보이는 권력의 속성이나 폭력의 대물림을 반전이 있는 스릴러 장르로 풀었다”고 소개했다. 개봉은 오는 4월 18일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