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韓 득실… 전자제품 반사이익, 중간재 타격

입력 2018-03-14 05: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한국, 양국 무역 갈등의 영향권에
스마트폰·TV 등 최종재는 이익
중, 대미 보복 땐 한국 수출 피해 커


세계 양대 국가(G2)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가시화되면서 각 국가들이 손익 계산에 분주하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최대 수출국인 한국의 경우 무역전쟁으로 인한 파장이 만만치 않고 손익 계산 수식이 복잡한 만큼 수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시장 다변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통상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13일 발간한 ‘미국의 신정부 통상정책 방향 및 시사점’ 보고서는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제재조치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했다.

보고서는 3가지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다. 우선 미국의 대중국 무역제재 강화는 중국의 대미 최종 소비재 수출 감소뿐만 아니라 한국의 중간재 수출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중국의 무역구조는 한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제품을 만든 뒤 최종재를 미국에 수출하는 것이다. 한국이 전자제품 중간재인 반도체 품목을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석유화학 제품과 플라스틱 제품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한국이 미·중 무역 갈등의 영향권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비관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중국의 미국 수출 감소로 나타나는 무역전환 효과는 한국의 대미 수출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산 수입품이 줄어든 만큼 한국산 수입품을 대체제로 사용하는 반사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로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 등 최종재가 이익을 볼 것으로 보인다. 근거로 제시한 것이 한국과 중국의 산업별 경쟁 구도를 분석하기 위한 수출 유사성 지수다. 이 지수는 두 국가 간 수출구조가 유사할수록 경쟁 관계가 치열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1에 가까울수록 수출경합도가 높다.

미국 내에서 한국과 중국의 전체수출품에 대한 경합도는 0.325지만 전자기기는 0.564로 높았다. 특히 두 나라 모두 미국에서 큰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유·무선 전화기와 부품, 텔레비전·모니터·프로젝터 등 최종소비재는 각각 0.700, 0.686으로 높게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대중 무역제재조치가 중국의 보복조치로 이어질 경우 전 세계 경제의 침체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됐다.

윤여준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미·중의 경제 악화는 한국 수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자명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특히 중국 시장을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미·중 갈등의 전개 과정을 면밀히 관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