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각국에서 경제에 대한 국민 불만이 커져 ‘아랍의 봄’(2011년 반정부 시위)이 다시 발발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이슬람국가(IS)가 득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사회 불만 세력이 거리로 나서 혁명을 부르짖거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의지하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이란에서, 올해 들어선 튀니지와 요르단, 알제리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그동안 식량과 연료에 대해 보조금을 넉넉히 지급하는 것으로 민심을 달래 온 정부가 재정적자 때문에 보조금을 줄이고 세금과 공공요금을 올리자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아랍 지역은 청년실업률이 30%에 달해 젊은층의 불만이 특히 크다. 높은 청년실업률은 7년 전 아랍의 봄을 촉발시킨 원인 중 하나다.
FT는 강압적 통치와 국가보조금이 결합된 기존의 안정 유지 시스템을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이 시스템을 빨리 개혁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마르완 무아세르 전 요르단 부총리는 “새로운 정치·경제 담론을 내놓지 못하면 새로운 버전의 IS가 등장할 것이고, 지금의 사회 균열을 메우지 못한다면 더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아랍의 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현 체제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아랍 각국 정부는 저유가와 경기침체가 오래 지속됨에 따라 보조금 축소, 공무원 해고와 같은 긴축에 나서게 됐다. 2011년 아랍의 봄의 시발점이었던 튀니지는 독재에서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이뤘지만 경제적 성공까지 달성하지는 못했다.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8억 달러(약 3조130억원)의 구제금융을 받은 뒤 긴축 프로그램이 가동됐고, 이로 인한 고통 때문에 지난 1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이집트도 IMF 구제금융을 120억 달러(약 12조9100억원)나 받았고 보조금을 대폭 삭감했다. 다만 독재정치가 강화된 탓에 국민 불만은 억눌려 있다. 2013년 쿠데타로 집권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오는 26∼28일 대선에 위협이 될 만한 야권 후보들이 못 나오도록 철저히 틀어막아 사실상 재선을 확정지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개혁과 민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는 경제구조 개혁의 일환으로 연료 보조금 축소와 부가가치세(5%) 도입을 단행했지만, 불만이 들끓자 며칠 만에 공무원과 군인에 대한 보조금을 부활시켰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심상찮은 2018년 아랍의 봄
입력 2018-03-07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