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팀이 묵은 고방산 초대소는…

입력 2018-03-05 23:40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 숙소인 고방산초대소는 그동안 우리 측 인사들에게 거의 공개된 적이 없는 곳이다. 2002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관계자들이 방북했을 당시 이곳을 이용한 적이 있다. 2013년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방북 때 숙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5일 “고방산초대소는 대동강 변에 위치한 고급 휴양시설”이라며 “북측 영접 인사들의 면면과 경호, 숙소 준비 상황 등으로 볼 때 북측이 남측 대표단 환대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특사단이 전해왔다”고 밝혔다.

고방산초대소는 평양시 삼석구역에 위치해 있다. 대동강 미림갑문 건설로 생긴 인공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주변에 건물이 없어 외부에 전혀 노출되지 않는 곳이다.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내부 시설이 호화롭게 꾸며져 있다. 북한은 이곳을 외빈 숙소보다는 북한 고위 간부의 휴양시설로 주로 사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대북 특사단은 백화원초대소 영빈관에서 묵을 것으로 예상됐다. 백화원초대소 영빈관은 북한의 국빈 숙소로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묵었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3차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백화원을 리모델링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순안공항으로 보내 대북 특사단을 영접토록 했다. 우리 측이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방남 당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인천국제공항에 보낸 것을 염두에 두고 격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북 특사단의 방북 사실을 바로 공개했다. 조선중앙TV는 “정 실장을 비롯한 남조선 대통령의 특사 대표단이 오늘 평양에 도착했다”면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이선권 동지를 비롯한 관계 부문 일꾼들이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언론이 우리 특사단 방북을 신속히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의 남북 관계 개선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오전 “특사 대표단이 곧 평양을 방문하게 된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