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럴까요] 프로야구 야수들 “주장 완장은 우리 것!”

입력 2018-03-02 05:03

KBO리그 주장은 왜 야수들만의 몫일까. 개막을 기다리고 있는 KBO리그 10개 구단 주장 중 SK 와이번스 이재원이 가장 눈길을 끈다. 나머지 9개 구단들은 야수들이 주장을 맡은 반면 SK는 포수인 이재원이 주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에서 주장은 야수들이 도맡는 게 일반적인 트렌드다. 2015시즌부터 개막을 앞둔 올 시즌까지 류제국(LG 트윈스·투수)과 강민호(당시 롯데 자이언츠·포수), 이재원만이 예외다.

야전사령관인 포수가 주장을 맡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재원도 트레이 힐만 SK 감독의 강력한 신뢰를 바탕으로 선임됐다. 포수는 타격과 수비는 물론 볼배합 등 포지션 자체의 역할이 크다. 그만큼 체력 부담도 커 휴식일도 야수에 비해 많다. 주장 역할까지 맡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류제국의 경우 팀에서 ‘야생마’ 이상훈 이후 최초의 투수 주장이 돼 화제가 됐다. 주전급 야수들은 매일 경기에 나서지만 투수는 항상 출전하는 포지션이 아니다. 이 때문에 주장을 맡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이다. 매 경기에 나서 선수들을 다독이고 분위기를 잡아주기 위해서는 주전급 야수가 주장을 맡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주장의 역할도 최근 많이 달라지고 있다. 리그 출범 초기엔 나이가 많은 최고참급 선수가 맡아 군기반장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엔 ‘소통하는 중간자’ 역할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안치용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1일 “과거엔 주장이 구단 등의 지시를 받아 선수단에 전달하는 역할에 그쳤다”며 “최근엔 선수들의 의견을 잘 듣고, 코칭스태프 등에 내세울 건 말할 수 있는 소통 능력을 필히 주장이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장이 되면 개인 성적보다는 팀 분위기나 성적을 더 많이 챙기게 되면서 부담도 분명히 커진다”고 덧붙였다.

주장 선출 방식도 구단의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선수단 등의 투표로 선출하는 구단도 있고, 감독이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등의 추천을 받은 후 지명하는 팀도 있다.

LG는 지난 시즌까지는 선수단과 프런트의 투표로 주장을 선임했다. 올 시즌엔 LG의 지휘봉을 새롭게 잡은 류중일 감독이 직접 팀 내 최고참인 박용택을 낙점했다. 최고참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유망주가 많은 넥센은 2016시즌을 앞두고 당시 20대 중반에 불과하던 서건창을 선수단 투표를 통해 주장으로 뽑았다. 젊은 리더십을 발휘해온 서건창은 올 시즌까지 3년 연속 주장 완장을 차고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