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종교는 사라진다? 세속주의에 답하다

입력 2018-03-01 00:01
픽사베이
21세기 현대사회는 세속주의가 지배하는 시대다. 세속주의는 종교를 합리적으로 사유할 줄 모르는 사람이나 믿는 것으로 여겨왔다. 지난 30년간 세속주의 문화의 최전선인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목회를 해온 팀 켈러 목사가 이런 세태가 과연 맞는지 찬찬히 따져본다. 오는 4일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저자가 2016년 내놓은 원작 ‘Making Sense of God’을 ‘답이 되는 기독교’라는 제목으로 번역했다.

먼저 저자가 정의하는 ‘세속 사회(secular society)’는 이렇다. ‘자연 세계 너머에 신이나 초자연 세계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모르고, 세상 모든 일이 과학적으로 설명’되며 ‘삶의 의미와 지침은 물론 행복의 기준을 현세에서 누리는 경제적 번영, 물질적 안락, 정서적 만족에 두고 오직 그것만 추구하는 것’이다.

그동안 세속주의자는 자신은 사실만을 주장하는 사람이고, 종교적인 사람은 자기의 신념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켈러 목사는 이러한 세속주의가 단순히 신앙의 부재가 아니라 우주에 대한 새로운 신앙이자 신념 체계임을 지적한다. “(세속주의라는) 이 신앙도 증명될 수 없고, 대다수 사람에게 자명하지 않으며, 계속 더 살펴보겠지만 다른 종교적 신앙처럼 자체 모순과 문제점을 안고 있다.”(80쪽)

그는 먼저 ‘종교는 곧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속단임을 지적한다. 종교사회학자들의 연구를 토대로 “사회가 근대화할수록 종교는 쇠퇴한다는 세속화 명제가 ‘경험적으로 오류로 입증됐다’”고 소개한다. 무엇보다 인구통계학에 따르면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 무종교인을 합한 비율은 세계 인구의 16.4%에서 40년 후 13.2%로 서서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고 있다. 문화계 엘리트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현실은 또 있다. ‘온건한 자유주의’ 형태의 종교가 살아남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갈수록 보수적인 종교집단의 신앙 유지율이 높다는 통계 결과가 나오고 있다. 보수적인 종교집단의 높은 출산율과 달리 세속적인 사람일수록 결혼율도 낮고 출산율도 낮은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이어 세속주의자의 주요 신념의 특징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가령 세속주의자는 삶의 의미를 인간 개인이 저마다 자유롭게 찾아내면 된다고 말한다. 이런 세속주의 문화에서 고난은 삶의 목표를 방해하거나 우연하고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된다. 삶의 순간에 찾아오는 고난을 어떻게든 피하기 위해 발버둥치거나 고난이 닥쳤을 때 쉽사리 무너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기독교인에겐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요 이유가 된다. 그들에게 고난은 그분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삶의 의미를 풍성하게 해 주는 것이다. 직접 삶의 의미를 지어내야 하는 세속주의자와 달리 기독교인은 우리를 찾아 세상에 오신 그분의 의미를 발견하면 된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세속주의자의 삶에 있어 만족, 자유, 정체성, 희망, 도덕, 정의라는 가치의 의미와 이에 대한 그들의 태도를 살핀다. 이를 통해 그들이 처한 한계를 짚어낸다. 그리고 그들이 알 수 없거나 오해하고 있던 기독교의 특징을 설명한다. 그 과정에서 세속주의 진영의 대표적인 학자들의 발언을 가져와 그들의 논지를 반박하는 도구로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21세기 현대사회에서 합리적 이성과 비판 의식을 지닌 그리스도인으로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이런 질문을 많이 받을 목회자가 읽어도 좋겠다. 다만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근대와 현대의 철학자, 사상가들의 사조와 작품 속 인용구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서양 철학과 서구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겐 너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세속주의자가 종교인을 비판할 때와 똑같은 전제조건을 세속주의자에게 적용할 때 그들은 어떤 허점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기독교인은 무엇이 다른지를 지금까지 나온 다양한 연구 결과와 학자들의 주장을 토대로 종합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태도가 인상적이다. 기독교인으로서 자긍심은 갖되 결코 상대를 얕잡아보거나 비아냥거리지 않는다. 한국의 기독교인이 비기독교인과 대화할 때 많이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나는 당신보다 낫다’는 우월감을 감추지 않는다는 점이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초지일관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저자의 태도에서 느끼는 점이 많은 책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