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 롯데, ‘위기’ 첫 관문 넘어

입력 2018-02-27 19:09 수정 2018-02-27 21:35
롯데지주 주주들이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 행사장에 입장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지주 편입 계열사 총 53개 순환-상호 출자 완전 해소… 안정적 지배구조 실현 가능
비상경영위, 호텔롯데 상장 등 아직 넘어야 할 과제도 많아


롯데지주가 신동빈 회장의 부재 속에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마지막 작업을 마무리했다. 황각규 부회장 중심의 비상경영위원회가 출범 직후 첫 위기는 무사히 넘겼다는 평가다. 다만 호텔롯데 상장과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사업권 박탈 가능성 등 산적한 문제는 넘어야 할 산으로 남아있다.

롯데지주는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대홍기획, 롯데아이티테크 6개 비상장사의 회사 합병과 분할합병 승인 안건을 통과시켰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롯데는 오는 4월 1일부로 그룹 내 모든 순환출자와 상호출자를 해소하게 된다. 분할합병이 완료되면 롯데지주에 편입되는 계열사는 총 53개다.

이번 합병으로 롯데지주는 안정된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 의결권을 기준으로 한 롯데지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60.9%에 달한다. 특수관계인의 우호 지분율이 높아지면 외부 이슈에 큰 타격을 받지 않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다만 롯데의 지주사 체제 확립을 위해서는 화학 계열사 분할합병과 호텔롯데 상장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롯데는 사드 여파로 인한 관광업계 매출이 회복되면 호텔롯데를 상장한다는 계획이었다.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국내 주주 지분율이 높아져 일본 롯데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신 회장 구속으로 향후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황 부회장은 이날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해 “지난해에 말했듯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상장은 옳지 않다고 판단하므로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면세점과 홈쇼핑 등 사업권 유지도 위기에 처했다. 오는 5월 26일 사업권이 만료되는 롯데홈쇼핑은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뇌물 의혹 사건에 연루되면서 재승인에 위기를 맞았다.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은 신 회장이 사업권 청탁과 관련해 K스포츠재단에 뇌물을 준 혐의가 인정되면서 관세청이 특허 취소 여부를 놓고 법리검토를 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임대료 부담으로 인천공항 1터미널에 주류·담배 매장만 남겨놓고 철수키로 했다.

이날 주총에선 일부 주주들이 총수 부재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50분간 회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황 부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재발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일본 롯데는 위임장을 통해 이번 합병 및 분할합병안에 대해 찬성 견해를 밝혔다”면서 “지주사로 전환함에 따라 신 회장이 강조한 대로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