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러시아인 선교, 우리 손에 맡기세요”

입력 2018-02-27 00:01
한국에서의 러시아인 선교를 결심한 봐실리, 예카제리나, 로만, 이리나씨(왼쪽부터)가 26일 서울 강남구 도곡로 서울대치순복음교회에서 손을 모은 채 열매 맺는 선교사역을 다짐하고 있다.

26일 서울 강남구 도곡로 서울대치순복음교회(한별 목사)에서 만난 로만(33) 이리나(30)씨 부부, 예카제리나(15)양, 봐실리(21)씨의 얼굴은 밝았다. 이들은 전날 폐막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러시아 선교단원들로, 지난 6일부터 강원도 평창과 강릉에서 선교활동을 펼쳤다. “한국에 있는 러시아인 선교는 우리가 맡겠다”며 역(逆)선교에 나선 것. 한국교회 도움을 받은 러시아교회 성도가 거꾸로 한국선교에 뛰어든 셈이다.

로만씨는 마약중독자였다. 그는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반석위의교회 교회부설 중독재활센터에서 2012년 1년간 치료 상담을 거쳐 중독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그의 회복을 도와준 블라디미르 레베제프 담임목사는 서울대치순복음교회가 러시아에 건립한 성바울신학교 출신이다.

로만씨는 사역자의 길에 들어섰고 지난해 한국 내 러시아인 선교를 결심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이리나씨와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동계올림픽 선교활동으로 대체했다. ‘신혼기간을 72명의 선교대원과 합숙했는데 불편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리나씨는 “숙소였던 교회 온돌바닥이 딱딱해서 그랬지 다른 건 불편하지 않았다”고 수줍게 웃었다.

로만씨 부부는 오는 6월부터 충북 음성에서 사역을 시작한다. 음성엔 외국인노동자 1만2000여명이 거주하는데, 그 가운데 절반이 러시아인으로 추정된다. 로만씨는 “한국에 온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사람 중에는 예수를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그나마 있는 극소수 크리스천도 돈벌이에 바빠 신앙심을 내팽개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마약 중독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만난 예수님만이 유일한 회복의 통로임을 체험했다”면서 “우리 부부의 방한 목적은 예수를 전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리나씨는 “한국교회와 함께 러시아권 선교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올해 중학교를 졸업하는 예카제리나양도 오는 9월부터 국내 외국인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예카제리나양은 “틈날 때마다 러시아 청소년과 유학생을 만나 복음을 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스크바신학교 신학생인 봐실리씨도 “한국에 온 러시아 청년뿐만 아니라 제3세계 외국인에게도 복음을 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들 역선교사들은 인터뷰 후 손을 맞잡은 채 이런 찬양을 불렀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여러 나라와 언어 가운데 부르시고 우리에게 한마음을 주셨다. 우리는 함께할 때 강하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