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김태윤… 男 빙속, 깜짝 메달

입력 2018-02-23 21:39 수정 2018-02-23 23:41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대표 김태윤이 23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강릉=김지훈 기자
23일 강릉 오벌에서 열린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 15조로 참가, 결승선을 통과한 김태윤이 전광판에서 1위 기록을 확인한 뒤 두 주먹을 쥐고 환호하고 있다. 18조까지 모든 선수가 달린 결과 김태윤에게 동메달이 돌아갔다. 강릉=김지훈 기자
初校서 스케이트 시작 후 희귀병 질병 이겨내고 국가대표로 성장
올림픽 무대에서 최고 기량 발휘… “스케이팅 주법 바꾼게 많은 도움”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희망 김태윤(24)이 1000m에서 깜짝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태윤은 23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 출전해 1분08초22의 기록으로 3위를 차지했다. 금메달은 키엘트 누이스(네덜란드·1분07초95)가, 은메달은 호바르 로렌첸(노르웨이·1분07초99)이 따냈다.

김태윤의 삶은 쭉 뻗은 빙속의 트랙처럼 순탄하지 않았다. 김태윤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길에 들어섰다. 초중고 대회에서 잇따라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하지만 그의 앞에는 항상 굴곡이 있었다. 스케이트를 시작한 직후에 희귀병을 앓았다. 무릎 바로 아래 정강뼈 위쪽의 앞부분이 튀어나와 통증을 느끼는 질환이다. 스케이터에게 치명적일 수 있지만 김태윤은 이 병도 이겨냈다.

2015-2016 시즌에는 왼쪽 무릎과 허리 부상을 입었다. 2016년 12월 큰 좌절도 맛봤다.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출전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넘어져 태극마크를 놓쳤다. 앞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했고 2016 세계스프린트대회에서 종합 5위를 차지해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곧바로 일어났다. 평창으로 목표를 전환하면서였다.

김태윤은 전략을 세웠다. 빙질이 무른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을 고려해 올 시즌을 앞두고 체중을 감량했다. 줄어든 몸무게만큼 다른 경기장에선 다소 힘을 잃었다. 2017-2018 국제빙상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1∼4차 월드컵 합산 순위는 15위. 이 순위로는 올림픽 메달은커녕 10위권 진입도 장담할 수 없었다.

걱정하지 않았다. 오직 올림픽만 생각했다. 강릉의 빙질에 적합한 체중을 만들기 위해 체중 감량을 포기하지 않았다. 동글동글했던 얼굴에 턱 선이 드러날 정도였다. 결실은 평창올림픽 남자 1000m 동메달로 돌아왔다.

김태윤은 인터뷰에서 “정말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메달을 따게 돼 정말 좋다”고 기쁨을 표시했다. 30위에 그쳤던 소치올림픽 때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적이 향상된 데 대해 “당시에는 어린 나이에 욕심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긴장 안하고 즐기려고 했다”며 “체중 감량뿐 아니라 스케이팅 주법을 바꾼 게 많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 빙속은 이번 올림픽에서 잇따라 깜짝 스타를 만들었다. 김민석은 지난 13일 폭발적 스피드와 지구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15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의 1500m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영예를 차지했다. 이어 차민규가 지난 19일 모태범 이후 8년 만에 5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여기에 김태윤이 가세한 것이다.

한편 차민규는 12위를, 정재웅은 13위에 올랐다. 차민규는 선배 모태범의 부상으로 대신 이 종목에 출전했으면서도 이번 시즌 자신의 최고기록인 1분09초27을 찍는 기염을 토했다.

강릉=김태현 기자,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