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 울던 학생, 광속 ‘아이언맨’ 됐다

입력 2018-02-18 19:49 수정 2018-02-18 23:32
한국 썰매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윤성빈이 16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스켈레톤 남자 4차 주행을 마치고 기뻐하고 있다. 이날 윤성빈은 4차 주행에서 50초02를 기록하며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평창=윤성호 기자

두려움을 기회로… 스켈레톤 최강자로 거듭난 윤성빈

고교 때 처음 접한 스켈레톤
빠른 속도·부상 압박에 공포감
주변 도움으로 위기 극복 후
한국 스켈레톤의 새역사 써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썰매 종목 금메달리스트가 된 ‘아이언맨’ 윤성빈(24)은 2012년 입문 당시만 해도 스켈레톤을 무서워했다. 평균 시속 120∼130㎞를 넘나드는 스켈레톤을 처음 접한 그에게 속도의 쾌감보다는 부상의 두려움을 안겨줬다. 하지만 그는 두려움을 기회로 바꿨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켈레톤 최강자로 거듭났다.

윤성빈은 6년 전 체대입시를 준비하던 서울 신림고의 평범한 학생이었다. 신림고 김영태 체육교사의 전화를 받고 우연히 스켈레톤 대표 선발전에 도전한 뒤 선수가 됐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해 겨울 국가대표가 된 그가 해외 전지훈련을 떠났을 때였다. 윤성빈은 얼음 트랙 위에서 난생 처음으로 스켈레톤을 탔다. 그는 “빠른 속도에 놀라서 무서웠던 것도 있지만 벽에 부딪히는 게 너무 아파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다. 첫 새벽 훈련을 마친 뒤 어머니 조영희씨에게 전화를 걸어 무섭다고 흐느껴 울었다.

조씨는 아들에게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네 스스로 결정해라. 엄마는 너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지도자들도 “이왕 시작했으니 조금만 더 해보자”고 설득했다. 윤성빈은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다는 정신으로 무장한 채 이를 악물고 훈련에 매진했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지난 16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 윤성빈은 평창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에서 트랙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제 윤성빈은 최고 시속 125.5㎞의 빠른 속도에도 전혀 겁내지 않는다.

평창=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