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낙마’ 미국 내 반응
전문가·정치권 비판 목소리
“선제타격 우려 증폭시켜
동맹국들에 끔찍한 메시지
코피 전략은 매우 큰 도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선제타격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를 낙마시켰다는 소식이 나오자 미국의 전문가들과 정치권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전망부터 ‘외교의 실패’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31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래도 북한 김정은을 때릴 것 같다”며 “미국의 선제공격은 한반도의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 몹시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에 대해 아주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빅터 차 같은 사람도 낙마시키는 것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굉장히 강하게 나가는 사람을 후임자로 찾고 있는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전쟁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판했다.
조너선 크리스톨 아델피대 세계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CNN방송 홈페이지에 기고한 ‘트럼프의 바보 같은 결정’이라는 글에서 “빅터 차의 낙마는 ‘워싱턴이 대북 선제타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킨다”며 “그러나 선제공격은 한반도 주변 어떤 국가도 원치 않으며, 미국에도 불필요한 전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미국을 동맹국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북한 김정은을 오판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동맹국의 사이가 벌어지는 것은 북한과 중국이 바라는 것이고 향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김정은이 북한에 대한 공격으로 오판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크리스톨 연구원은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참전용사 출신인 민주당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은 “빅터 차 대사 내정 철회는 외교의 후퇴”라고 비판했다고 워싱턴이그재미너가 보도했다. 덕워스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 미국대사 지명 실패는 동맹국들에 끔찍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더욱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은 밀러터리타임스와 인터뷰를 갖고 “북한에 제한적 타격을 가하는 코피(bloody nose) 전략은 매우 큰 도박”이라고 우려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출신이면서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그는 “만일 북한과의 전쟁이 발발하면 문자 그대로 수백만명의 한국인과 수만명의 미국인이 사망하고 일본도 재앙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나 같으면 수백만명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그런 무모한 도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나의 핵단추가 더 크다’고 말하는 걸 보면 핵전쟁이 초래할 결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핵전쟁이 벌어지면 승자는 없으며, 모두가 핵전쟁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지금 미국선 “트럼프, 北 때릴 것 같다… 김정은 오판 부를 수도”
입력 2018-02-0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