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섬뜩한 北정권 목격자”… ‘목발탈북’ 청년 소개

입력 2018-01-31 19:44
‘꽃제비’ 출신 탈북 청년 지성호씨가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청중들의 기립박수에 목발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지씨의 위대한 희생은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고 강조했다. AP뉴시스

트럼프, 연설 도중 ‘고난의 탈북’ 스토리 언급

“北이 두려워하는 진실 알려
위대한 희생 우리에게 영감”
지씨 울먹, 목발 들어 답례

北 억류 후 사망 웜비어 언급
“미국의 결의로 예우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새해 첫 국정연설에서 ‘강하고 안전한 미국’을 위해 북핵 위협을 ‘최대한의 압박’으로 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탈북청년 지성호씨와 북한 억류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례를 거론하면서 북한 정권의 잔학성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연설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작전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북한을 이란, 쿠바 등과 함께 ‘적’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다만 연설 전 예상됐던 새로운 대북 정책의 깜짝 공개, 대북 군사옵션 사용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특히 “북한만큼 철저하고 잔인하게 자국민을 억압한 정권은 없었다”며 인권탄압을 크게 부각시켰다. 이 과정에서 연설을 참관하던 탈북 청년 지씨의 스토리를 이례적으로 자세히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섬뜩한 북한 체제의 본질을 목격한 또 한 명의 목격자가 이 자리에 있다”며 “1996년 북한에 살던 배고픈 소년은 음식을 얻기 위해 화물열차에서 석탄을 훔치려다 기차에 치였다”고 설명했다.

지씨는 당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다리를 절단해야 했고 당국에 체포돼 고문을 당했다. 이후 탈북을 결심, 목발을 짚은 채로 중국과 동남아를 거쳐 한국에 정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씨가 현재 서울에 거주하면서 다른 탈북자들을 돕고 북한 정권이 두려워하는 ‘진실’을 알린다”며 “지씨의 위대한 희생은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고 강조했다. 울먹이던 지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개에 방청석에서 일어났고, 목발을 들어 올리며 청중의 기립박수에 화답했다.

이어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지난해 미국 송환 직후 사망한 웜비어 가족도 재조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의 부모인 프레드, 신디 부부와 형제자매를 향해 “오늘 밤 우리는 미국의 ‘결의’로 웜비어를 예우할 것을 맹세한다”고 말해 청중의 호응을 유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