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가 뛰는 동안 대출금리는 날았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전후로 일제히 저축성 수신금리부터 올렸던 은행들이 한 달 뒤인 12월에 대출금리를 세 배 이상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예대 금리차를 벌려 수익을 높이는 옛날 방식 영업이 여전하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2017년 12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1.81%로 전월 대비 2bp(1bp=0.01% 포인트) 올랐다. 대출금리는 수신금리보다 3배 이상 높은 7bp나 치솟아 연 3.62%를 기록했다. 대출금리와 저축성 수신금리 차이는 1.81% 포인트로 한 달 만에 5bp나 상승했다.
신규취급액이 아닌 잔액 기준으로 집계하면 예대 금리차는 더 벌어진다. 총 대출금리에서 총 수신금리를 뺀 격차는 2.30% 포인트로 2015년 2월(2.30% 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예대 금리차는 은행 수익과 직결된다. 보통 금리 상승기에는 대출 총량 축소와 리스크 확대 등을 이유로 은행들이 예대 금리차를 확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예금금리를 올리면서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이나 했지만, 역시나 대출금리 인상폭을 더 키운 것이다.
대출금리 인상은 기업과 가계를 가리지 않았다. 연말 단기결제성 자금 수요와 단기 시장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대기업 대출금리는 15bp,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8bp나 뛰었다. 금융 당국의 강력한 억제책이 효과를 보고 있는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bp 오르는 데 그쳤다. 대신 가계의 일반 신용대출 금리(7bp)와 보증대출 금리(6bp)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제2금융권에서도 신협의 일반대출 금리가 6bp 올랐고, 상호금융(농·수·축협)이 4bp 상승했다. 반면 저축은행만 일반대출 금리가 52bp나 떨어져 역주행했다. 한은 관계자는 “다음 달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앞두고 저축은행의 고금리 신용대출 취급이 확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예금이자 찔끔, 대출금리 왕창… 예대마진 2015년 이후 최고
입력 2018-01-31 05:05 수정 2018-01-31 1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