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지역 내 택지개발로 환수될 예정인 이익금 가운데 일부인 1822억원을 시민들에게 지역상품권으로 나눠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구상이 실현된다면 성남시민들은 내년에 1인당 18만원씩 받게 된다. 세금에 의한 예산이 아니고 비리사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별도의 이익금이라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포퓰리즘이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공짜 돈이 생긴다면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마는 뒷맛은 개운치 않다. 이권사업을 공영개발로 전환해 시에 막대한 수익이 돌아가게 한 것은 칭찬받을 업적이지만 시민들에게 사실상 현금으로 나눠주겠다는 건 나가도 너무 나간 생각이다. 망외의 수익이 생겼다면 노인·장애인·저소득가구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서비스 확충, 청년층 취업여건 개선, 낙후지역 인프라 개선 등 예산으로 미처 챙기지 못한 곳에 사용하는 게 우선이다. 소득의 다과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에게 현금을 뿌리겠다는 것은 표를 의식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이 시장의 저의도 의심스럽다. 이익금은 올 연말부터 순차적으로 들어온다. 시민배당을 하려면 조례 제정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 이 시장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도전할 예정이다. 출마하려면 3월 15일까지는 시장직에서 사퇴해야 하는데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감한 사안을 불쑥 제기했다. 시민배당은 논란이 불가피하고 성남시의회가 여소야대여서 이 시장이 사퇴하면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시민배당을 하겠다고 나선 건 경기지사 선거에 이용하려는 꼼수라 하겠다. 성남시는 판교 분당 등에서 세금이 많이 걷혀 재정 여건이 매우 양호하다. 이익금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것도 사리에 맞아야 한다. 재정 상태가 취약한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이 시장의 구상은 오만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사설] 이재명 시장의 1822억원 시민배당은 오만이다
입력 2018-01-30 17:40 수정 2018-01-31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