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21개국 정상급 26명 참석… 북핵 다자외교 펼친다

입력 2018-01-30 05:05

文 대통령 개막 前 리셉션
14개국 정상과 별도 회동
北대표단 면담도 검토 중
북·미 자연스런 접촉 주목
한·일정상 위안부 꺼낼 듯
시진핑 폐막식 참석 조율


다음 달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등 21개국의 정상급 외빈 26명이 참석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4개국 정상과의 별도 회담을 확정했고, 북한 대표단과의 면담도 검토 중이다. 한·미, 남북, 북·미 등 동시다발적 대북 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평창올림픽에서 치열한 북핵 외교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9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평창올림픽에는 총 92개국 2943명 규모의 선수단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앞서 정상급 외빈을 위한 리셉션을 주최한다. 남 차장은 “문 대통령은 공식 방한하는 독일과 슬로베니아의 대통령,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14개국 정상급 인사와 오·만찬 또는 회담을 한다”며 “평창올림픽은 스포츠 축제일 뿐 아니라 문재인정부 출범 후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정상급 다자외교 무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 대표단을 직접 접견할지도 관심사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아직 북한 대표단의 급이 발표되지 않았다”며 “북한의 발표를 지켜본 뒤 문 대통령이 직접 만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문 대통령과의 면담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지 주목된다. 이 경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대남 특사 성격을 지니게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미국과 북한의 접촉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올림픽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접촉할 계기는 마련됐다는 평가다. 다만 미국이 조급하게 정치적 접촉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반도 주변 4강 정상 중에서는 아베 총리만 참석이 확정됐다. 일본은 위안부 합의 문제 등으로 참석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 간 ‘핫라인’이 아베 총리 참석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두 사람의 3자 회동에서 정 실장이 3국 공조 강화를 위해서는 아베 총리가 반드시 와야 한다고 야치 국장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올림픽 개막일인 다음 달 9일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불참하지만 자신의 가족을 보내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중국은 한정(韓正) 정치국 상무위원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특별대표로 참석한다. 정부는 시 주석의 폐막식 참석을 조율하고 있지만 중국 내부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고위 외교 소식통은 “중국 고위 인사의 폐막식 참석 필요성에 대해 양국 정부가 공감하고 있지만 누가 참석할지는 계속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에 국가 차원의 참가가 불발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방한하지 않을 예정이다.

글=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