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여검사 “미투”… 법조계도 성추문

입력 2018-01-29 18:42 수정 2018-01-29 23:21

“법무부 간부에 추행당한 뒤
인사 불이익” 실명 걸고 폭로

“조직 내 성폭행 사건도 덮였다”
권위·폐쇄적 檢문화 개선 촉구

한 여성 검사가 법무부 간부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뒤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자신의 실명까지 내걸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검찰 조직 문화에 억눌려 왔던 문제가 터져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 검사는 지난 26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2010년 10월 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간부 안모 검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면서 “공공연한 곳에서 갑자기 당한 일로 모욕감과 수치심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성추행 공개가 어려웠던 조직분위기 등으로 고민하다 당시 소속 청 간부들을 통해 사과를 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했는데 어떤 사과나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인사 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안 전 검사는 이후 검사장급 자리까지 역임하고 검찰을 떠났다. 그는 29일 언론에 “오래전 일이고 문상 전에 술을 마신 상태라 기억이 없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다만 그 일이 검사 인사나 감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변호사 시험 합격자 중 여성이 40%를 넘는 등 법조계 내 여성 비율이 높아진 가운데 강압적이고 남성중심적 조직 논리 하에 묵살됐던 법조계 내 성 문제 등이 비로소 터져 나왔다는 반응이 많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법관 조직에서도 후배 판사가 불편한 일을 겪고도 말을 잘 못하는 일들이 많았는데 그나마 지난해 (공식통로인) 양성평등전담법관제가 도입됐다”면서 “검찰은 더 권위적이고 공식 절차도 아직 없어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검사도 “성추행 사실을 문제 삼는 여검사에게 잘 나가는 남자 검사 발목 잡는 꽃뱀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을 자주 봐 왔다”면서 “더는 침묵하지 않고자 힘겹게 글을 쓴다”고 밝혔다. 글 말미에는 ‘#MeToo(미투)’ 해시태그도 달았다. ‘나도 당한 적이 있다’는 의미의 ‘미투 캠페인’은 SNS를 통해 성폭력을 고발하는 운동으로 전 세계, 각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서 검사 글에는 “큰 용기 내 주셔서 감사하다” “용기에 지지를 보낸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서 검사는 이날 방송에도 직접 출연해 “피해자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검찰 조직 내 성추행 성희롱 뿐 아니라 성폭행 사건도 있었지만 덮였다”고 주장했다.

대검 감찰본부는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비위자가 확인되면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면서도 “사무 감사는 통상적 정기 감사였다. 지적사항의 적정성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조민영 이가현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