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인 스키 평창행 제외된 경성현 울분 토로
“선수의 양해 없이 실력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출전 선수 선발 화나
협회에선 공식 사과·통보도 안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낼것
‘마음고생’ 노선영은 오늘 훈련 동참
“아직까지 대한스키협회의 공식 사과나 통보를 받지 못했습니다. 자력 출전권까지 확보한 저를 무슨 근거로 떨어뜨렸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명단에서 제외된 알파인 스키 선수 경성현(28·홍천군청)은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울분을 토해냈다. 그는 “감독님을 통해 제가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날(25일) 저녁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짐을 챙겨 대표팀 숙소에서 나왔다”며 “너무 허무하고 억울하다. 다시 스키를 탈 엄두가 안 난다. 지금은 선수 생활을 관두고 싶은 생각뿐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스키협회는 지난 25일 평창올림픽에 나설 4명(국가 쿼터 2장·개최국 쿼터 2장)의 선수명단을 발표했다. 당초 올림픽 알파인 스키에 9명이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표팀이 추가로 자력 출전권을 얻지 못하면서 5명의 선수가 명단에서 제외됐다. 협회는 뒤늦게 경기력향상위원회 회의를 거쳐 출전권을 재배분했다. 경성현은 기술 종목(회전·대회전)에서 자력 출전권을 확보했음에도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경성현은 “협회가 공정한 기준도 없이 선수의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평창에 나갈 선수를 정한 것이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리는 스피드 종목(슈퍼대회전·활강)에 나설 선수가 필요해서 저를 안 뽑았다고 하는데,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실력 순으로 선수를 뽑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경성현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스피드에 선발된 선수와 내 세계랭킹 차이는 무려 300위 이상이다. 난 100위권, 그 선수는 400위권”이라고 말했다.
이미 경성현은 대표팀 단복을 지급받았고, 협회 발표 전날 평창 선수단 결단식에도 참가했다. 그는 “최소 한두 달 전에 선수에게 공표해줘야 했다. 저는 올 시즌 스피드 종목을 아예 뛰지 않았다. 협회 내부 방침을 일찍 알았으면 종목을 바꿔서 뛰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근 국제스키연맹(FIS) 극동컵에 시험 삼아 스피드 종목에 출전했다. 올 시즌 첫 출전이라 FIS 랭킹포인트가 부족해서 거의 꼴찌로 출발했는데도 한국 선수 중 가장 잘 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성현을 비롯한 5명의 선수는 아직 협회의 공식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 경성현은 “선수 입장에서는 납득할만한 이유를 들고 와서 설명해야 수긍하지 않겠나. 그런 절차 하나 없이, 아무 말도 없이 이렇게 사람 하나를 바보로 만들어버렸다”며 “평생 바라보고 한 건데 정말 어이없다. 선수는 지난 수년간 고생만 한 것이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날 “FIS에 올림픽에 나설 최종 명단을 이미 대한체육회를 통해 제출(29일 오전 6시 최종 마감)했다. 명단이 바뀔 소지는 없다”고 전했다. 선수들에게 공식 통보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정중히 사과하는 방법에 대해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스키인은 “협회의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 선발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은 스키계 내부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다만 고위급 임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경성현의 아버지 경화수씨는 스키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29일 법원에 낼 예정이다. 앞서 경성현의 소속팀 홍천군청도 이번 사태를 문제 삼아 팀 해체를 하겠다고 반발한 바 있다.
앞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규정 인식 착오로 태극마크를 반납했던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노선영(29·콜핑팀)은 대표팀 합류를 결정했다. 도핑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 금지 조치에 따라 올림픽 출전이 극적으로 가능해진 덕분이었다. 다만 선수의 노력을 소홀히 여기는 연맹에 대한 노선영과 국민의 분노는 점점 커지는 상황이었다.
노선영은 최근 연맹의 김상항 회장이 직접 자택을 찾아 사과하자 마음을 열었다. 노선영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많은 고민 끝에 당당하게 올림픽에 출전해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이 대표생활을 마무리하려 한다”고 밝혔다. 태릉선수촌에서 짐까지 뺐던 노선영은 29일 대표팀 훈련에 동참한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경성현 “자력 출전권 땄는데… 평창행 탈락 이해 못해”
입력 2018-01-2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