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에서는 새로운 번역 성경들이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출간된 ‘신개역(新改譯) 2017 성서’(신개역·신일본성서간행회)에 이어 오는 12월에는 ‘신공동역(新共同譯)’(일본성서협회)이 나올 예정입니다. 두 성경은 일본교회의 공식 성경이기도 합니다. 신개역은 복음주의 계열에서, 신공동역은 에큐메니컬 쪽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28일 도쿄 신주쿠 기노쿠니야 서점의 종교 코너에 가 보니 다양한 성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신개역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미니 성경’으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서점 측에 따르면 다음 달 초쯤 중형과 대형 사이즈가 나온다 합니다.
신개역은 1970년 초판이 발행된 이후 47년 만에 전면 개정됐습니다. 복음주의에 입각한 번역 원칙을 고수하면서 현대 일본어 변화 등을 고려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연말에 나오는 신공동역은 로마가톨릭교회와 기독교 교회 등 18개 교파와 단체가 참여해 공동으로 번역한 성경입니다. 쉬우면서도 격조 높은 현대 일본어로 번역했다고 합니다. 학자와 번역자뿐 아니라 시인과 가수 등도 번역위원으로 참여해 조언했다고 하는군요.
아사히신문은 이 성경을 소개하면서 “수십 년간 개정 작업을 거듭하면서 일본어의 변화와 사회 상황을 반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성경은 일본교회 80%가 사용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기독교 복음화율이 0.44%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성경이 존재합니다. 신개역과 공동역을 비롯해 구어역과 문어역 성경, 프란체스코회역, 정교회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신약’ 등이 있습니다. 5년 전에는 ‘창조주역’이라고 해서 하나님을 ‘가미(神)’가 아닌 ‘창조주(創造主)’로 번역한 성경이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일반 출판사에서 만든 ‘문고판 성경’도 많습니다.
일본에 이렇게 많은 성경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요. 일본인 자체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종교 유무를 떠나 기독교 경전을 읽고 싶은 지적 욕망이 반영됐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선교사들 중에는 일본인들이 성향상 사도행전(17장)에 등장하는 베뢰아 유대인과 비슷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베뢰아인들은 고상하고 말씀을 진지하게 상고했었지요.
성경의 광범위한 보급에는 미우라 아야코나 엔도 슈사쿠 등 일본 크리스천 작가들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우라의 경우 ‘구약성경 이야기’에서 성경을 가까이하는 방법을 자신의 간증으로 풀었고, ‘빛이 있는 동안에’를 통해 기독교를 변증했습니다.
활발한 성경 출판과는 달리 일본 신자들에게 QT(말씀 묵상)나 성경통독은 아직 낯설다고 합니다. 성경 필사도여전히 생소한 분야입니다. 일본에 QT가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한국교회의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3차 한류의 도래와 함께 한국교회가 일본교회를 도울 수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도쿄=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미션 톡!] 열도에 다양한 성경 출간 붐 까닭은…
입력 2018-01-2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