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화재] 세종병원,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라니…

입력 2018-01-27 05:05 수정 2018-01-28 17:32

건축면적상 의무 대상 아냐
장성 요양병원 사건 이후
요양병원 설치 의무화됐지만
법 개정 전 건립 완료된 경우
6월 30일까지 유예기간 둬


밀양 세종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가 더 컸다. 대형병원이 아닌 중소병원인 탓에 설치 의무 대상도 아니었다. 100명 이상이 입원해 있고 하루 수백명이 통원치료를 받는 다중이용시설이자 병원이었지만 느슨한 법규정 때문에 소방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손경철 세종병원 이사장은 26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병원은) 건축면적상 설치 면적이 안 돼 (스프링클러 설치를) 안 했다”며 “세종요양병원은 오는 6월 30일까지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세종병원은 건축법상 1종 근린생활시설로 연면적이 1489㎡다.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근린생활시설은 연면적 5000㎡ 이상이거나 수용인원이 500명 이상일 경우 반드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세종병원의 수용인원은 496명으로 기준에도 못 미친다. 병원 입장에서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법적 의무가 없었던 것이다.

요양병원은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이도 너무 늦었다. 2014년 노인 21명이 사망한 전남 장성 요양병원 사건 이후 전문가들은 요양병원 내 스프링클러 설치 규정 강화를 요구했지만 법 개정은 이듬해에야 이뤄졌다. 현재 시행령은 새로 짓는 요양병원은 바닥 면적이 600㎡ 이상이면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했다. 그러나 법 개정 전 건립이 완료된 요양병원은 오는 6월 30일까지 설치를 완료하도록 유예기간을 뒀다.

전문가들은 관련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병원은 화재가 발생하면 (환자들 때문에) 피해가 크게 날 수 있는 곳이다”라며 “설치 면적 기준을 줄여서라도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