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층별 계단에 방화문 설치
유독가스 등 대비할 필요
소화설비 기준 더 엄격하게
종합적인 안전 대책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대피공간을 확충하고 관계자들의 대피훈련을 내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중이용시설의 특수성을 고려해 소화설비 설치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유독가스를 줄일 수 있도록 방염 처리된 매트리스, 커튼 등을 사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형구 한양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화재 때 유독가스가 나면 1분을 버티기 어렵다”며 “특히 환자의 경우 일반인보다 호흡기가 안 좋은 상태였을 텐데 이런 분들이 1분 내로 탈출하긴 어려워 희생자가 많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욕탕이나 고시원 등 출구가 좁은 다중이용시설은 유독가스가 밖으로 분출되기 어려워 더욱 취약하다.
내실화된 화재 관련 교육과 안전훈련도 시급하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화재안전관리 매뉴얼을 두고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환자의 자력피난이 어려운 의료기관의 경우 화재를 최초 발견한 근무자가 건물 내 육성과 발신기 등을 통해 경보를 전파해야 한다. 초기 진화가 가능한 경우에는 수동식 소화기 등을 이용해 최초 소화활동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또 매뉴얼에는 화재가 난 공간의 환자가 안전구역으로 대피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안전훈련과 매뉴얼 숙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제진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겸임교수는 “시설 관계자들에게 이용객 피난을 유도하는 교육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현돈 한국국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소화기 작동과 관련해 정확히 숙지하고 건물 관리자 등의 당직과 교대에 빈틈이 없도록 관리체계를 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병원 화재의 경우 의료진 훈련의 중요성이 해외 사례로도 입증된다. 우성천 강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모건스탠리에서는 피해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평소에 피난훈련을 꾸준히 했기 때문”이며 “우리나라도 직원들을 훈련시키고 환자를 대피시키는 매뉴얼을 숙지하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규모 다중이용시설은 내부에 매트리스, 커튼처럼 가연성 물질이 많다는 점도 대형피해를 낳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방염 처리가 안 된 매트리스, 커튼, 단열재 등이 불에 탈 경우 많은 양의 유독가스를 배출해 많은 사상자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세종병원의 경우) 어떤 성분의 유독가스가 발생했는지 모르겠지만 화재 사고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산화탄소와 청산가리 성분이 포함된 유독가스에 노출돼 사망한다”고 짚었다.
화재발생 시 대피할 만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다중이용시설인 데다 환자가 많은 공간임을 고려해 건물 내 방화구획을 더 확실하게 설정해야 한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규모 건물이라도) 연기가 올라가면 안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층별로 올라가는 계단에 방화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식 한국국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병원의 어느 한 구역은 방화구역을 만들어서 (사람이) 못 나가더라도 유독가스 흡입 등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다중이용시설 전반에 대한 안전대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과거 노래방, 고시원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좁은 공간에서 화재가 많이 발생하면서 관련 규정이 강화됐지만 고령사회를 반영한 요양병원, 병원 등에 대한 대책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김유식 교수는 “노래방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이용하지만, 요양원이나 병원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이라며 “종합적인 안전 차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주언 손재호 기자 eo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병원 등 다중이용시설 화재 대책] 방염 매트리스·커튼 의무화… 대피공간 마련 필수
입력 2018-01-27 05:04 수정 2018-02-08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