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서 걸어나갈 자격 없다”… ‘175년형’ 분노의 판결

입력 2018-01-26 05:05
로즈마리 아킬리나 판사(왼쪽)와 피고인 래리 나사르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랜싱시 순회법원 6번째 공판에서 피해자 증언을 듣고 있다. 24일 아킬리나 판사는 미 국가대표 체조선수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전 팀닥터 나사르에게 최장 175년형을 선고했다.AP뉴시스

美 체조선수 156명 성폭행·추행 팀닥터에
아킬리나 판사 “난 사형집행 영장에 사인”
여생을 꼼짝없이 철창 속에 있으라는 의미


미국 체조 국가대표팀 팀닥터(주치의)로 20년 넘게 있으면서 10대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거나 추행해온 래리 나사르(54)에게 최장 175년형이 선고됐다. 법정에서 증언에 나선 피해 여성은 156명에 달한다.

24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랜싱시 순회법원 선고공판에서 로즈마리 아킬리나 판사는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성폭행 등 7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나사르에게 징역 40∼175년을 선고하면서 “난 당신의 사형집행 영장에 서명했다. 당신은 다시는 감옥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짜로 영장에 서명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여생을 꼼짝없이 철창 속에서 보내게 했다는 뜻이다.

나사르는 이미 연방법원에서 아동 포르노물 소지 혐의로 60년형을 선고받았고, 이달 말 별도의 성범죄 재판에서 형량이 더 추가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츠 의사였던 나사르는 1996년부터 20년간 부상 치료를 받으러온 체조선수들을 성폭행하거나 추행했다. 국가대표팀 주치의였기 때문에 피해자 중에는 메달리스트가 수두룩하다.

나사르는 법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사죄했다. 그러나 그가 최근 법원에 보낸 편지를 아킬리나 판사가 큰소리로 읽자 나사르의 본심이 드러났다. 그는 편지에 “내 치료가 훌륭했기 때문에 환자들이 늘 칭찬하며 계속 치료받으러 왔다. 미디어가 그들을 부추긴 거다”라고 썼다. 아킬리나 판사는 “당신은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당신이 한 건 치료가 아니다. 나는 내 강아지도 당신에게 안 보낼 거다”라고 쏘아붙이며 편지를 내던졌다.

아킬리나 판사의 격정적인 선고가 끝나자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고 피해자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체조 금메달리스트인 앨리 레이즈먼은 “래리, 상황은 역전됐어. 우리는 우리만의 목소리를 갖게 됐고 아무데도 가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다.

미국올림픽조직위원회와 체조협회, 나사르가 현재 소속된 미시간주립대도 가해자로 비난받고 있다. 이들 기구가 나사르의 성범죄를 묵인하고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