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몫까지 뛰려 했는데… 올림픽행 무산 ‘날벼락’

입력 2018-01-23 22:38 수정 2018-01-24 00:09
노선영이 지난해 2월 21일 일본 홋카이도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빙판을 질주하고 있다. 뉴시스
뉴시스
女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노선영, 빙상연맹 무지로 출전 못해

개인 종목 출전권 있어야 가능한
ISU 규정 모르고 팀추월만 전력
노, 연맹의 뒤늦은 통지에 허탈

연맹 “ISU에 팀 꾸리기 전 문의…
개인 출전권 없어도 가능 답 받아”

지난해 10월 20일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제52회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노선영은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가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을 위해 많은 희생을 하신 부모님과 쇼트트랙 에이스로 주목받았지만 골육종으로 투병 생활 끝에 2016년 4월 세상을 떠난 동생 노진규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이후 그는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국가대표에 선발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무대만을 생각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당연히 출전해 동생의 몫까지 뛰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노선영의 꿈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어이없는 일처리로 산산조각 났다. 연맹은 지난 20일 막판 훈련 중이던 노선영에게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불가를 고지했다. 개최국으로서 팀추월 종목 출전권을 획득한 상황에 노선영에게 왜 이런 참사가 발생했을까.

지난해 10월 빙상연맹은 노선영을 포함, 김보름과 박지우를 팀추월에 뛸 3명의 선수로 뽑았다. 세 선수는 올림픽 출전권이 달린 국제빙상연맹(ISU) 1∼4차 월드컵 대회에 나서 김보름과 박지우가 매스스타트에서 개인 종목 출전권을 따냈다. 하지만 노선영은 개인 종목 출전권 획득에 실패했고 여자 1500m에서만 예비 2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ISU 규정에 따르면 올림픽 팀추월에 출전하는 선수도 개인 종목 출전권을 획득해야 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 빙상연맹은 팀추월 출전 선수도 개인 종목 출전권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했다. 뒤늦게 ISU에서 관련 내용에 관해 통지를 받은 빙상연맹은 노선영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

빙상연맹은 23일 “지난해 10월 팀추월 대표팀을 꾸리기 전에 올림픽 엔트리 자격 관련 규정이 모호해 ISU에 문의했었다”며 “당시엔 ‘기준 기록만 통과하면 된다’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연맹은 “그런데 지난 10일 갑작스럽게 ISU에서 개인 종목 출전권을 확보한 선수만 팀추월 출전이 가능하다고 통보했다”며 “항의를 했지만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답을 받아 1500m에서 예비 2순위인 노선영이 출전권 재배정을 받길 기대했지만 최종적으로 무산됐음을 지난 19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노선영이 개인 종목 출전권이 필요함을 사전에 알았다면 ISU 1∼4차 월드컵 대회에서 개인전에 집중했을 것이다. 이 경우 출전권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아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노선영이 빠지면서 여자 팀추월 대표팀을 새롭게 꾸려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현재 개인 종목 출전 자격을 가진 선수는 이상화와 김현영, 박승희다. 문제는 셋 모두 단거리 선수여서 2400m를 세 명이 함께 뛰는 팀추월 소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 새롭게 호흡을 맞추기 위해 팀추월 준비에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면 개인 종목 준비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