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법정구속, 김기춘 징역가중… 엄해진 ‘블랙리스트’ 항소심

입력 2018-01-23 18:57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돼 호송차를 기다리고 있다. 같은 재판에서 징역형이 1년 더 길어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굳은 표정으로 법원을 나서고 있다. 최현규 기자
趙, 1심 집유서 징역 2년형
박준우 증언 번복이 영향
박 前대통령도 공범 적시


박근혜정부 시절의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7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던 조 전 장관은 180일 만에 다시 구속됐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형량이 가중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블랙리스트 사건의 공범으로 적시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는 23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1심 때 무죄가 선고된 블랙리스트 범행을 유죄로 판단했다.

김 전 실장에게는 1심의 징역 3년보다 1년이 늘어난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에서 배제한 것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한 헌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사건의 반(反)헌법성을 재확인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의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데는 ‘청와대 캐비닛 문건’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청와대에서 박근혜정부 때의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자료 등이 발견돼 검찰에 넘겼고, 이 문건들이 항소심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됐다.

박준우 전 정무수석이 “(후임자인) 조 전 장관에게 블랙리스트 업무를 인수인계했다”며 증언을 뒤집은 것도 유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봤을 때 피고인의 지시 없이 지원 배제 업무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한 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고 묻자 조 전 장관은 고개를 저었다. 변호를 맡았던 남편 박성엽 변호사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법정 천장을 바라봤다.

김 전 실장의 경우 1심에서 무죄가 난 1급 공무원 사직 압력 혐의도 전부 유죄가 인정됐다. 또 김 전 실장 퇴임 후에 이뤄진 지원 배제 업무도 “재임 기간 중 시작된 지원 배제 범행과 연속선상에 있는 포괄일죄에 해당한다”며 그의 죄라고 판단했다. 김 전 실장은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죽기 전에 식물인간 아들 손 잡아주고 싶다”며 눈물로 호소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사건의 공모공동정범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지원 배제 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긴 문건들을 박 전 대통령이 보고받고 승인한 점, 직접 특정 문예지를 언급하며 문제해결을 요구한 점 등을 거론하며 “국정최고책임자로서 지위 등을 고려했을 때 대통령은 공범으로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1심은 증거부족을 이유로 박 전 대통령의 공모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김소영 전 문체비서관에게는 1심과 같은 형이 선고됐다.

글=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