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혁신 토론회 주요 내용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와
‘규제 샌드박스’ 개혁 키워드
뮤직비디오 사전 심의 없애고
자율 심의 도입 등 규제 혁파
A기업은 해상용 통신장비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문제에 부딪혔다.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인증을 통과한 테스트 항목에 대해서 국내 인증을 재차 요구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인증 비용에만 수백만원이 들었고, 제품 출시시기도 1년 가까이 지연됐다.
대한상공회의소에 접수된 규제 피해 사례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규제혁신토론회에서 “대한상의가 핀테크, 신재생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지난 1년 사이 규제 때문에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는 응답이 절반이나 됐다”고 말했다.
현장 의견을 반영해 이날 정부가 내놓은 규제개혁의 핵심 키워드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와 ‘샌드박스’다. 포괄적 네거티브란 제품 및 서비스 출시를 우선 허용하고 이후 필요할 경우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어린이들이 모래상자에서 마음껏 뛰놀듯이 일정한 조건 아래 기존 규제의 적용을 면제 또는 유예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기존 산업과의 갈등 해소, 신산업·신기술 우선 지원을 기본으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38개의 개선과제를 발표했다. 정보통신융합법 등 4개 분야 규제 샌드박스 입법 계획과 신산업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89건의 과제도 발표했다. 특히 연관 산업 파급효과가 큰 공인인증서 제도 폐지, 자율주행차 안전기준 마련 등 6대 분야 규제혁신을 우선 추진한다.
이처럼 청와대가 규제개혁을 강하게 추진하는 것은 혁신성장이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현 정부의 경제성장 정책을 견인하는 양대 축이고, 규제개혁은 혁신성장을 위한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부처별 규제혁신 과제를 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인인증서 사용을 의무화한 전자상거래법과 전자서명법 등을 연내 개정해 다른 사설 인증서와 똑같이 경쟁하도록 한다. 또 개인정보 가운데 비식별 정보가 스마트시티나 핀테크 등에서 활용되도록 사회적 합의안을 마련하고 드론, 자율자동차 등의 위치정보를 원활하게 활용하기 위해 이를 정보보호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벤처기업 등이 자사 제품에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결합하는 경우 통신사업자 등록을 면제해주는 등 관련 규제를 개선하고 유선사업자로 제한된 망 공동구축·활용대상을 이동통신사로 확대한다.
보건의료 규제도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우선 이식 가능한 장기의 대상이 대폭 확대된다. 현재 장기이식법에서 이식을 허용한 장기는 뇌사자 이식 7종(신장·간·폐·소장·심장·췌장·췌도), 생체 이식 6종(신장·간·골수·췌장·췌도·소장) 등 모두 13종이다. 앞으로는 보건복지부 산하 장기이식윤리위원회나 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면 손·팔과 폐도 이식할 수 있다. 유전자 치료 연구대상도 모든 질환으로 확대된다.
하지만 종교·생명윤리계의 우려도 있다.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정재우 교수는 “현재 국내 여건에서 안전성 검증 과정이 충분히 갖춰져 있느냐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도 스마트시티와 자율주행차, 드론 산업에 대한 규제혁신 방향과 과제를 발표했다. 스마트시티는 자율주행차와 드론 등 미래 신기술의 실험공간으로 조성한다. 자율주행차 활성화를 위해 임시운행 허가제도도 개편한다. 드론 분야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군·경찰·소방용이나 기상·환경용 등 현장에 적극 활용토록 규제를 대폭 개선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단지 입주 조건 등을 개선하고 태양광설비 설치를 위한 입지규제 완화 등 에너지신산업 혁신에 나선다. 스마트공장 확산을 위해 안전기준에만 맞는다면 사람과 로봇이 한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뮤직비디오를 사전등급 분류 심의 없이 제작·배급업체의 자율 심의만으로 우선 출시할 수 있도록 올해 6월까지 음악산업진흥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세종=서윤경 기자, 민태원 권기석 기자 y27k@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신기술·신제품 출시 ‘先허용 後규제’로 확 바꾼다
입력 2018-01-22 18:30 수정 2018-01-22 2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