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형편에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네 가족이 열심히 살았어요. 아이들 방학을 맞아 여행길에 나선 것이 마지막 여행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에서 발생한 방화로 인해 숨진 박모(34·여)씨와 두 딸의 소식을 전해들은 이웃 주민들은 너도 나도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세 모녀와 전남 장흥군의 같은 마을에 사는 주민 김모(58·여)씨는 “평소 알뜰하게 살아온 박씨가 딸들과 더 알찬 여행을 하기 위해 저렴한 숙소에 들었다가 참변을 당한 것 같다”면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고 애석해했다.
세 모녀는 남편이자 아빠인 이모(40)씨를 따라 장흥으로 귀향해 정착했다. 장흥이 고향인 이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수도권에서 일하다가 4년 전 세 모녀를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목공 일을 하며 가족을 부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 모녀는 귀향 후 4년 만에 가족여행을 준비해 지난 15일 집을 떠났는데 결국 이 여행이 마지막이 됐다. 수도권에 살다 자신을 따라 장흥으로 내려온 가족을 위해 국내 곳곳을 돌아볼 수 있도록 떠나보냈던 이씨는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부인과 예쁜 두 딸을 잃고 홀로 남게 됐다.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들은 장흥군은 당분간 일을 하기 어렵게 된 이씨 가족에 대한 생계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군은 6개월간의 생계비와 연료비 등 긴급복지지원비 280만원을 지급하고, 군청 직원들이 모아둔 성금 2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도 지원 방안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장흥=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귀향 4년차 큰맘 먹고 서울여행… 세 모녀, 방값 아끼다 참변
입력 2018-01-22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