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 등으로 분류
일부 “합리적이지 않다”
‘진보 성향 젊은 법관에게 상당한 영향력 보유’(이모 서울고법 판사)
‘송○○ 판사가 믿고 따르는 선배’(김모 서울고법 부장판사)
22일 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공개한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후보자 추천’이란 제목의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의 내용 중 일부다.
대법원은 2016년 사법행정위원회를 통해 각급 법원의 사법행정 참여를 제도화하려 했다. 여기에 일부 판사가 비판적인 의견을 내자 행정처는 위원회에 추천할 판사 64명의 명단을 만들고 이들의 평판을 기록했다. 이 문건에는 ‘각 고등법원장이 이른바 왕당파로 불리는 법관(행정처 심의관, 수석부 배석판사 등) 위주로 위원을 추천하면 핵심(비판) 그룹에 공격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행정처는 판사 개개인의 성향과 활동 내용도 기록했다. 2009∼2015년 법원 내부 게시판에 비판적 글을 올린 송모 판사를 두고 ‘전체 사법제도, 인사시스템 등에 관심 多(많다)’고 기록했다. ‘정세 판단에 밝은 전략가형’ ‘선동가, 아웃사이더 비평가 기질’이라고도 규정했다. 법원 내부는 물론 언론을 통해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차모 판사는 프로필과 활동 내역을 문건으로 기록하고는 ‘사전 예방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행정처 경험 있는 부장판사를 통한 논리적 설득’이라는 대처 방안을 제시했다.
조사위는 “이러한 문건이 블랙리스트에 해당하는지는 개념에 논란이 있으므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특정 연구회 회원인지, 핵심 그룹과 주변 그룹, 진보와 보수 등으로 법관을 분류하고 명단을 작성한 건 합리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특정 가치관을 지닌 법관을 배제하는 요소로 이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행정처가 판사를 뒷조사했다는 의혹은 사실로 드러난 것 같다”고 했다.
이번 논란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김명수 현 대법원장은 나란히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상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시민단체 내부제보 실천운동 등이, 김 대법원장은 행정처 판사 PC 개봉 과정에서 절차를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각각 고발장을 냈다.
양민철 기자
‘사법행정위원 후보’ 문건 보니… 법원행정처가 판사 64명 명단 작성하고 평판 기록
입력 2018-01-22 19:06 수정 2018-01-22 2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