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의석수 118석의 제1야당이다. 최근 바른정당 의원들의 한국당 이적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121석과 불과 3석 차이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존재감이 없다. 가장 큰 원인은 정권 견제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8개월이 지나면서 실험적 정책들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노정되고 있다. 중심을 잡고 견제해야 할 야당의 책무가 엄중하다.
그러나 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22일 신년 기자회견 내용은 실망스럽다. 홍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핵심인사들이 철 지난 좌파 사회주의와 주사파식 사고방식에서 하루속히 벗어나기를 촉구한다”며 “이번 지방선거는 대한민국을 망치는 문재인정권의 좌파 폭주에 맞서 국민 여러분의 삶을 지키는 선거”라고 했다. 색깔론으로 선동하는 것은 그의 표현처럼 ‘철 지난’ 레퍼토리다. 과거 선거 때마다 등장한 ‘북풍론’으로 보수층이 결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금은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로 양분되던 시대가 아니다. 문 대통령 지지층인 2030세대들이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 분노하는 것이 그 방증이다. 홍 대표는 회견에서 ‘좌파 국가주의’ 운운했는데 너무 나갔다. 이 정부가 소통이 부족한 것은 맞지만 공산정권도 아니고 국가주의라는데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있겠는가.
야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정권의 독주를 견제하고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 받는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수정하도록 하는 게 야당이 할 일이다. 가상화폐 대책 등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개헌 구상을 ‘좌파 사회주의 개헌’이라고 몰아붙이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 오히려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들이 약속했던 개헌을 내팽개치는 것으로 여겨질 뿐이다. 모든 정책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진다면 발목잡기, 흠집내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 홍 대표는 “국민의 삶을 돌보는데 소홀했던 보수정권의 실패를 반성하면서 민생을 정책의 최우선에 두는 따뜻한 혁신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말로만 혁신을 외칠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사설] 홍 대표, ‘따뜻한 혁신’ 행동으로 보여라
입력 2018-01-22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