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사망·4명 부상 종로 여관 화재
술취한 50대 중국집 종업원
성매매 거절당하자 불질러
전남서 올라와 여행하던 모녀
한 방에서 숨진 채 발견
투숙객 “화재경보기 안 울려”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에서 50대 남성의 방화로 투숙객 6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치는 참극이 발생했다. 사망자 중에는 방학을 맞아 전남 장흥에서 여행을 온 30대 어머니와 두 딸도 있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방화범을 붙잡아 방화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화재는 20일 오전 3시쯤 종로구 종로5가의 2층짜리 여관 건물에서 발생했다. 오전 3시7분 화재신고를 접수한 소방 당국은 소방관 180여명과 장비 50여대를 투입해 1시간여 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여관에는 10명의 손님이 7개 방에 묵고 있었다. 박모(34·여)씨는 올해 중학교 3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두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장흥에 사는 세 모녀는 지난 15일부터 전국을 도는 여행을 다니던 중이었다. 사고가 있기 하루 전날인 19일 서울에 도착한 세 모녀는 동대문과 종로5가 사이에 위치한 이 여관을 숙소로 택했다가 변을 당했다.
사고 원인은 방화였다. 사건을 수사 중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중국집 종업원 유모(52)씨가 오전 2시7분쯤 술에 취한 상태로 여관을 찾아와 “여자를 불러 달라”고 주인 김모(71·여)씨를 깨웠다. 김씨가 성매매를 하는 곳이 아니라며 거절하자 유씨는 112에 전화를 걸어 “여관 주인이 숙박을 거절한다”고 신고했다. 김씨도 “소란을 피운다”며 그를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유씨에게 경고한 뒤 훈방했다. 유씨는 파출소에서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인근 주유소로 갔다. 2만원으로 휘발유 10ℓ를 사서 다시 여관으로 가 1층 복도에 뿌리고 불을 질렀다.
유씨는 “내가 여관에 불을 질렀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여관에서 2분 떨어진 한 건물에서 그를 붙잡았다. 법원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종로소방서에서 4분 만에 도착해 진화에 나섰지만 비좁은 골목 안쪽인데다 건물이 낡아 피해가 컸다. 여관은 1964년 사용승인을 받은 벽돌·슬라브 건물로 1, 2층 면적 103.34㎡(약 31평)에 객실과 창고, 내실까지 10개의 방이 있었다. 인근 주민은 “종업원과 주인이 소화기 10여개를 가지고 나와 불을 끄려고 했지만 불길을 잡기에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세 모녀가 묵은 105호는 입구 바로 옆이었다.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었고, 화재경보기도 울리지 않았다. 여관 투숙객 최모(53)씨는 “건물 안에 비상벨이 있었지만 울리지 않았다”며 “1층에서 연기가 많이 나 2층에서 뛰어내렸다”고 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서둘러 서울에 온 두 딸의 아버지는 21일 숨진 가족을 확인했다. 경찰은 사망자의 신원을 모두 확인하고 부검을 신청했다. 사망자들 시신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과 강북삼성병원, 서울백병원에 안치돼 있다.
김성 장흥군수는 22일 긴급회의를 열고 세 모녀의 장례를 돕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군청 관계자는 “군민들도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면서 “우선 군청 직원 성금으로 300만원을 지원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지원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허경구 이택현 기자, 장흥=김영균 기자 nine@kmib.co.kr
방학맞아 ‘서울여행’ 세 모녀, 화풀이 방화에 참변
입력 2018-01-22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