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생아스크리닝학회 이동환 회장 “신생아 스크리닝 무료지원 6종 그쳐… 더 확대해야”

입력 2018-01-21 20:50
희귀대사질환의 조기발견과 치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신생아 스크리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동환 교수(왼쪽)와 인슈 첸 교수.

유전성 희귀대사질환은 치료가 지체되면 바로 장애로 이어지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조기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료 현장에서는 조기진단을 위해 신생아 스크리닝 등을 사용하고 있다. 스크리닝 기술은 초기 미생물을 이용한 방법이 활용됐으나 이후 효소면역검사 장비에 기반한 효소비색법, 43개 질환을 더욱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는 텐덤 매스검사, 한 번에 6개 질환 검사가 가능한 리소좀 축적 질환 선별검사법, 100가지의 유전자 변이를 며칠 내에 검사할 수 있는 유전자 패널 검사(NGS) 등 드라마틱하게 발전하고 있다.

대한신생아스크리닝학회 이동환 회장은 “유전성 질환의 종류는 수 없이 많은데 모든 종류를 합하면 1000명의 한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생후 3일에서 5일 사이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6가지 질환(페닐케톤뇨증, 갑상선기능 저하증, 호모시스틴뇨증, 단풍당뇨증, 갈락토스혈증, 선천성부신과형성증)에 대한 검사는 국가 지원을 통해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43개의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을 한 번에 검사하는 탠덤 매스(Tandem Mass) 검사는 개인이 약 10만원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 전체 신생아 중 70%만이 해당 검사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에서는 유전성 대사질환을 파악하기 위해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유전질환을 조기 검진하는 ‘신생아 스크리닝’을 30년간 진행해오고 있다. 국립대만대학병원 인슈 첸(Yin-Hsiu Chien) 박사는 “현재 약 30개 질환 스크리닝에 대해 정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리소좀 축적 질환인 폼페병에 대한 스크리닝도 약 10년간 진행 중이며, 이 외 10개 질환에 대해서는 개인 부담으로 추가적인 검사가 가능하다”며 “대만에서는 이와 같은 검사를 통해 유전성 희귀 질환을 조기에 포착 및 치료하며, 신생아의 정상적인 성장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생아 스크리닝은 왜 중요할까. 이에 대해 이동환 회장은 “희귀질환의 경우 치료가 지체되면 뇌 장애가 발생하거나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는 등 예후가 매우 좋지 않아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며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신생아 때 발견해 한 달 내 치료하면 아이의 정상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진단을 놓쳐 치료가 지체되면 뇌가 손상돼 평생 정신 지체를 겪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페닐케톤뇨증 또한 한 달 내 치료하면 정상적인 성장이 가능하지만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뇌 손상으로 인한 정신지체를 겪게 된다. 유전성 대사질환의 조기발견과 조기 치료가 중요한 이유이다”라고, 희귀대사질환 신생아 스크리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첸 박사 역시 “실제로 대만의 신생아 스크리닝 기반 유전성 희귀 질환의 치료 효과는 매우 좋은 것으로 보인다. 폼페병의 경우 진단된 아이들이 모두 생존해 있다. 다른 국가의 생존율이 50%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신생아 스크리닝 및 치료를 통해 이와 같은 환자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폼페병, 파브리병, 뮤코다당증 등 리소좀 축적 질환의 경우 효소대체제 요법을 통해 조기 치료 시 정상적인 성장 발달과 일상생활 유지가 가능하다. 이처럼 효소대체제 요법이 장기간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 받게 되면서 국내 의료진들도 신생아 리소좀 축적 질환을 스크리닝 확대에 있어 우선적으로 포함돼야 할 항목으로 꼽고 있다. 이에 대해 이동환 회장은 “우리나라는 리소좀 축적 질환에 대한 스크리닝도 정부 지원이 되지 않는 상황인데 현재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탠덤 매스 검사를 비롯해 치료가 가능한 리소좀 축적 질환 6종에 대해서도 정부 지원으로 신생아 스크리닝을 진행하고 있다”며, “탠덤 매스 및 효소대체제 요법 도입으로 치료가 가능해진 폼페병, 파브리병, 뮤코다당증과 같은 리소좀 축적 질환에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민규 쿠키뉴스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