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환상을 좇는 투자는 후유증 심각”… 투기 열풍에 전문가 조언

입력 2018-01-22 05:03

주요 암호화폐(가상화폐) 가격이 최근 1개월간 극심한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7일 국내 거래소에서 1개당 2500만원으로 고점을 찍었다가 21일 오후 6시 현재 1420만원까지 하락했다. 하루에 200만∼300만원씩 오르내리는 건 예삿일이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단기투자에 따른 손해를 호소하는 글이 끊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주식 등 고위험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들이 가상화폐에 큰돈을 넣는 세태에 우려를 나타낸다. 가상화폐는 기본적으로 미래가치가 불확실한 고위험 투자에 속해 일확천금을 얻기 위한 접근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21일 “대박에 대한 환상을 좇는 투자는 대부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에 투자한 2030세대는 ‘흙수저’ 탈출을 위한 동아줄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스스로 자기 책임 범위를 넘는 돈을 투자하는 경우다. 황 실장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는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사회적 파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젊은층이 신용대출을 받아 가상화폐에 투자했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 규모는 코스피·코스닥시장 거래대금(지난 19일 기준 약 15조원)에 맞먹는다. 은행들의 가상화폐 가상계좌 잔액은 지난달 12일 기준 2조670억원으로 전년 대비 64배 늘었다. 가상화폐 실명제 등이 도입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자금 폭증의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급증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신용대출 등이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의 증가액은 21조6000억원이었다. 2008년 관련 통계가 만들어진 이후 최대 규모다. 이 자금이 가상화폐 시장에 투입됐을 경우 큰 후유증이 닥쳐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위험 투자를 자기 책임 범위에서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다만 대출을 받아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건 철저한 심사나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생태계가 미래에 자리 잡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쪽에서도 지금 같은 무분별한 투기 열풍은 자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상 벤처 투자에 가까운 가상화폐 투자 ‘몰빵’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상화폐는 기본적으로 가치가 ‘1’이 될 수도 ‘0’이 될 수도 있다. 투자는 전체 자산의 10% 미만으로 국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대안코인)에 대한 투자는 철저한 점검과 특정 코인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송 연구원은 “현재 알트코인 투자는 사실상 기부나 크라우드펀딩에 가까운 것이 많다. 상당 시간 가상화폐를 공부하기 전에 차트만 보고 본격 투자를 하는 건 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