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수 매질로 만들어지는 금메달이 무슨 소용 있나

입력 2018-01-21 18:03
동계올림픽 전통의 메달밭이면서 ‘문제 종목’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쇼트트랙에서 또 선수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여자 국가대표 에이스 심석희가 대표팀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해 지난 16일 선수촌을 이탈했고 이틀 뒤 복귀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사건 직후 이를 숨겼고 선수촌 방문을 위해 일정 조율을 요청한 청와대 측에도 사실과 다른 보고를 했다고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불과 20일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 충격은 더 크다. 한국 스포츠의 고질병인 성적 지상주의의 적폐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연맹의 중간 조사에 따르면 심석희는 진천선수촌에서 면담 도중 대표팀 코치로부터 손찌검을 당했다. 심석희는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페이스가 잘 올라오지 않으면서 그동안 담당 코치와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존심이 크게 상한 심석희는 선수촌을 나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다음날인 1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선수촌을 방문해 평창올림픽 선수들을 격려할 예정이었다. 청와대 측이 연맹에 여자 쇼트트랙 주장인 심석희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연맹은 “선수가 독감으로 나오지 못한다”고 둘러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거짓말까지 했다니 어처구니없다.

이 사건은 일부 취재진과 심석희의 매니지먼트사가 상황 파악에 나서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쇼트트랙은 올림픽에서 수많은 메달을 따냈지만 파벌 싸움, 짬짜미 사태, 폭행 등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실망감을 안겼다. 성적만 나오면 된다는 메달 지상주의에 함몰돼 악성 종양을 제대로 도려내지 못한 결과다. 이번 사건도 그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관할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나서서 연맹의 근본적인 개혁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엄중한 책임자 처벌도 뒤따라야 한다. 매질로 만들어지는 금메달은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