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부총리의 월례보고, 여론 정확히 듣는 자리돼야

입력 2018-01-21 18:03
문재인 대통령이 매달 한 차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례보고를 받기로 했다. 경제부총리가 대통령을 정례적으로 만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경제부총리는 현안이 생길 때 수시보고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 참모들에게 주로 의존했던 주요 정책에 대해 경제부처 컨트롤타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경제부총리에게 힘이 실리면서 주요 정책 입안 때 김 부총리가 배제되는 ‘패싱’ 논란이 일단락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경제부처 수장이 대통령에게 정기보고를 하는 것은 잘된 일이다. 무엇보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수렴되는 생생한 여론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9월 기재부 업무보고에서 문 대통령에게 “시어머니가 너무 많다”며 “(기재부를) 믿고 맡겨 달라”고 말했다. 그의 ‘시어머니’ 발언은 대통령 주변의 경제참모를 대하는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기재부의 정책 현안에 간여하는 청와대 라인은 이전 정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고 복잡한 게 사실이다. 주요 사안마다 이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정부 부처와 혼선을 빚는 일이 허다했다. 사공이 너무 많아 부작용에 대한 정교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정책 실패 사례가 잇따랐다.

김 부총리의 역할이 커진 만큼 그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대통령 월례보고 기회를 잘 살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발휘해야 한다. 당장 시급한 것은 휘발성이 강한 일련의 경제 현안 폐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강남 집값, 최저임금, 가상화폐, 가계부채, 세제개편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풀 수 없는 숙제가 쌓여 있다. 난제의 매듭을 푸는 등 경제에 관한한 부총리를 믿고 따를 수 있도록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청와대 참모들에게 휘둘리면 본인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한국 경제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 부총리는 대통령 보고를 통해 경제부처 중심의 정책 결정 의지를 분명히 다지는 등 경제 현안을 주도하는 모습을 확실히 드러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