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빛낼 문화계 스타] 열정·패기의 ‘젊은 피’ 이선태, 현대무용 대중화 동분서주

입력 2018-01-21 21:39
현대무용수 이선태가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의 무용연습실에서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올해는 내가 참여하는 현대무용협동조합이 본격적 성과를 내며 대중에게 한 발 더 가까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규 기자
⑦·<끝> 무용수 겸 안무가 이선태

댄스 서바이벌인 Mnet ‘댄싱 9’
출연하면서 대중적 인지도 쌓아

작년 출범 현대무용협동조합에
막내로 참여… ‘김백봉상’도 받아

올 대중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 성사시키는 데 주력


“그렇죠. 뭐든 칭찬 받아야 보람이 있는 건데….”

현대무용은 좀처럼 대중의 환호를 받기 어렵다. 각고의 노력 끝에 무대에 서더라도 난해하다고 외면 받기 일쑤다. 현대무용의 이런 상황을 언급하자 이선태(30·STL아트프로젝트 대표)는 반색하며 거들었다.

하지만 그는 현대무용판에서 젊은 나이에 이례적으로 대중의 각광을 받은 무용수 겸 안무가다. 이선태라는 이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Mnet ‘댄싱9’에 2013년 시즌1, 2015년 시즌3에 거푸 출연했던 꽃미남의 ‘기럭지(키의 충청도 사투리) 긴’ 무용수가 그다.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연습실에서 이선태를 만났다.

국민일보가 2018년을 빛낼 문화계 스타로 그를 주목하는 건 현대무용 대중화에 ‘젊은 피’가 보여줄 행보에 대한 기대감에서다. 지난해 6월 현대무용판에 ‘사건’이 벌어졌다. “관객 없는 예술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현대무용 대중화를 기치로 내걸고 60대 원로에서 20대 신진까지 10개 현대무용단체가 뭉쳐 ‘현대무용협동조합(COOP_CODA·이하 쿱 코다)’을 출범시켰다. 그는 29세의 막내로 참여했다.

“현대무용판에선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 자체가 뉴스입니다. 아시잖아요. 다들 외골수예요. 서로 똑같지 않으려고 하는 게 현대무용 속성이거든요. 근데 10개 단체가 모였어요. 5개 단체가 모인 발레STP협동조합보다 더 많아요. 하하.”

너털웃음이 아주 기분 좋게 들렸다. 쿱 코다에서 지난해 9월에 선보인 창단 공연 ‘가을운동회’는 대성공을 거두며 올해 전국 순회를 앞두고 있다. 이선태를 비롯한 나이 어린 3명이 연출을 맡았다. 애국가 제창, 축사, 달리기, 2인 삼각…. 운동회에서 벌어질 법한 일들을 몸짓 언어로 풀어냈다. 특히 무용수와 2인 삼각을 하는 장애인이 ‘경쟁이 꼭 필요한 것이냐’고 말하는 대목에선 눈물 훔치는 관객이 적지 않았다. 현대무용은 상징적이라 이해가 어려운데 사회자를 등장시켜 설명하는 등 쉬운 ‘말(대사)’을 적극 사용함으로써 관객의 공감을 증폭시켰다.

그는 지난해 말 한국무용협회(이사장 조남규)가 주최하는 ‘2017 대한민국 무용인의 밤’ 행사에서 김백봉상을 받았다. 만 35세 이하의 무용가 중 그해 가장 활발히 활동한 열정과 패기의 젊은 무용수에게 주는 상이다. 그로선 현대무용 대중화를 위해 전력질주해온 지난 4년이 보상 받는 순간이기도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이선태는 한예종 졸업생이 주축이 된 LDP무용단에서 일했다. 그런 든든한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2014년 자신의 색깔을 내기 위해 영문 이름을 따 1인 무용단 STL아트프로젝트를 차렸다. 혼자 안무하고 혼자 춤추는 고독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모험에 나선 건 현대무용의 대중화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다. 2013년 ‘댄싱 9’ 우승팀 레드윙즈의 그 짜릿한 경험을 잊지 못한다. 첫 팬 사인회 때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가득 메웠던 인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현대무용수를 보러 온 관객들이다. 카사노바로 미생으로 팔색조처럼 춤을 통해 변신하던 그에게 시청자는 열광했던 것이다. 전파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길에서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하기까지 했다.

‘댄싱 9’출연은 어머니에겐 자랑거리를 안겨줘 좋았다. 충남 부여에서 경찰공무원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형을 따라 어릴 때부터 브레이크댄스에 빠진 비보이였다. 중3 때 청소년장기자랑대회에 나갔다가 천안에서 온 예고 교사의 눈에 띄었다. 춤만 잘 추면 고등학교도, 대학도 갈 수 있단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경찰공무원인 아버지는 반대했다. 그러다 “춤추다 죽고 싶어요”라는 자식의 말에 졌다.

현대무용을 일반인에게 알리기 위해 패기 있게 시작한 도전은 어땠을까. 2014년 말 양재의 한 소극장에서 첫 공연을 했다. 안무작은 ‘나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삶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연극적인 요소도 넣었다. “100석 규모 작은 공간이에요. 반은 찰줄 알았는데, 겨우 30석이 찼어요.”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고군분투하던 그였으니, 김성한 이사장과 황미숙 파사무용단 단장이 주축이 돼 협동조합을 설립한다고 했을 때 쌍수를 들고 환영한 건 당연한 일이다. 그의 올해 계획도 협동조합 사업에 우선을 둔다.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야외행사를 갖는 등 조합 멤버들과 아이디어를 짜내고 성사시키는 데 집중할 것이다. 그러면서 색다른 곳에도 에너지를 쏟는다. 영화 출연을 위해 지속적으로 오디션을 보는 것이다. 연기 레슨도 받고 있다. 현대무용을 알릴 수 있다면 ‘딴따라’가 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용영상’을 만들어 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널리 퍼뜨리는 것도 목표다. 올가을쯤 이선태가 만든 ‘댄스필름’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글=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