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때문에 연일 난리다. 날이 추워진 상태에서 바람이 없는 날이면 공기가 정체된다. 거기다 난방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도 많아진다. 중국 황사까지 겹치면 최악이다. 원인은 중국이다 아니다 말들이 많지만 중국발 먼지는 원인의 하나일 뿐 그 영향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 확실한 건 국내 발생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이고, 그러자면 자동차 운행을 줄이는 게 제일이다. 하지만 늘 여기서 막힌다. 화물차를 비롯한 노후 경유차 운행을 제한하자고 하면 대부분 영업용인데 생계는 어쩌느냐고 한다. 승용차 이용을 자제하자고 하면 불편을 감수하라는 말이냐고 한다. 또 다른 원인인 석탄화력발전은 싼 단가 때문에 포기하지 못한다.
상황을 풀자면 미세먼지가 어째서 그토록 위험한 것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미세먼지는 ‘공기’ 문제다. 물은 정수해서 마실 수 있고 사서도 마실 수 있지만 공기는 다르다. 공기는 하루 2만ℓ를 마셔야 하고 몇 분만 마시지 못하면 죽는다. 집에서 창문을 닫아놓고 공기청정기로 잠시나마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밖에 있는 공기를 다 정화할 수는 없다. 이 피할 수 없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미세먼지가 더욱 두렵다.
하지만 모든 환경 문제가 그렇듯 미세먼지 또한 원인이 다양하고, 연관된 이해당사자가 아주 많다. 사실 우리 모두가 이해당사자다. 서울시의 경우 미세먼지 발생 주요 원인은 난방(39%)과 자동차(25%)다. 전국으로 보면 발전소, 공장 등이 큰 영향을 미친다. 발전소는 전기에너지의 문제다. 우리가 쓰는 전기는 모두 미세먼지로 이어진다. 내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의 배기가스,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품을 배송하는 택배차량, 버린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 등이 다 연결된다. 때문에 미세먼지 문제는 불편을 감수하고 삶의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승용차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좋을 것이다. 승용차도 급제동, 급출발, 공회전을 줄여보자. 실내 온도 적정 유지로 냉난방을 줄이는 일,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일, 미세먼지 많은 날엔 굽거나 튀기는 요리는 되도록 피하는 일 등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볼 수 있다. 다음은 ‘나’가 아닌 ‘우리’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열어야 한다. ‘나’도 ‘우리’의 일부이고 내 아이가 바로 ‘우리’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 조정, 경유차 이용 자제, 차량 2부제 등 정책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지해줘야 한다. 이 모든 일은 나부터 시작해 우리가 힘을 실어줘야 빛을 발할 수 있다.
미세먼지는 국제암연구소가 1군으로 지정한 발암물질이자 천식, 폐기능 저하, 폐암 유발, 심혈관계 질환 심화, 당뇨병 발생 증가,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 증가, 조산 위험 증가를 유발하는 등 거의 모든 신체 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고 관리하는 일은 미세먼지가 심각할 때만 해서는 거의 효과가 없다. 일상적으로 관리해야 대기 오염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미세먼지는 한때 반짝하는 계절상품이 아니다. 평소에 마신 공기는 나의 건강을 좌우한다.
이지현 에코맘코리아 사무처장
[기고-이지현] 미세먼지, 습관 변화가 먼저다
입력 2018-01-19 17:43 수정 2018-01-19 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