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금강산·마식령 행사, ‘금강산 관광’ 재개 포석?

입력 2018-01-19 05:05

모두 올림픽과 무관한 행사
정부 “관계 물꼬 트자는 것”

北, 마식령 ‘김정은 치적’ 홍보
유엔 제재 맞물려 논란 가능성


남북이 지난 17일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금강산 남북 공동행사와 마식령스키장 남북 스키선수 훈련에 합의한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남북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8일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북측 지역 방문을 넣는 것이 여러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한반도 국면에서 두 행사를 다른 쪽으로 연계해가는 건 쉽지 않다. 남북관계에 물꼬를 터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금강산 평창 동계올림픽 전야제와 마식령스키장 활용을 강조해 왔다. 이른바 ‘평화올림픽 구상’이다. 우리 측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북한 태권도 시범단 방남 등 여러 계기를 통해 이런 입장을 북측에 발신해왔다.

우리 측이 두 행사를 북측에 공식 제안한 건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 때다. 당시 우리 측 제안에 북측은 “행사 취지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우리 측은 고위급 회담 사흘 뒤인 지난 12일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관련 설명 자료를 북측에 전달했다. 이런 조율 과정을 거쳐 17일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남북 간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금강산과 마식령스키장에서 열리는 남북 공동행사가 금강산 관광 재개의 발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마식령스키장은 금강산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금강산과 마식령스키장을 패키지로 묶어 남북협력 사업을 해보자는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다만 정부 고위 당국자는 “금강산 공동행사와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은 기본적으로 일회성 행사로 보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논란도 있다. 마식령스키장 건설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집권 이후 ‘치적’으로 대대적으로 홍보돼왔다. 평창올림픽이 북측의 체제 선전을 돕게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마식령스키장은 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회피 논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2006년 채택된 안보리 결의 1718호는 대북 사치품 수출을 금지했지만 2014년 마식령스키장 공개 때 외국산 고가 장비가 다수 발견돼 ‘제재 무용론’이 불거진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제재와 관련해서는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계속 검토할 것”이라면서 “행사가 구체화되면 국제사회와의 협의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