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소설가 손원평
등단한 지 1년 갓 넘었지만
소설 ‘아몬드’ ‘서른의 반격’
전문가·독자 호평 쏟아져
“장편 2편 올해 탈고 목표
4대 이어진 딸들의 역사 다룬
대하소설도 쓰고 싶어”
“내가 읽고 싶은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이 정도 얘기라면 소설집이 20권은 족히 되는 중견 작가가 하는 말이겠거니 싶다. 뭔가 긴 시간 ‘이야기의 세계’ 속에 산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등단한 지 1년을 갓 넘긴 손원평(39) 작가의 말이다.
그를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분홍색 스웨터를 입은 손 작가는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이었다. 2016년 말 ‘아몬드’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거머쥔 그는 지난해 초 ‘서른의 반격’(원제 1988년생)으로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위트 넘친다” “서사가 탁월하다” 등 두 작품에 대한 전문가와 독자의 호평이 쏟아졌다.
‘서른의 반격’은 나온 지 석 달 만에 2만부 가까이 나갔고 ‘아몬드’는 출간 10개월 만에 6만부가 팔렸다. 데뷔작 ‘아몬드’는 지난해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에 뽑히기도 했다. 좋은 반응이 나온 이유를 물었다. “잘 모르겠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대학 시절부터 신춘문예에 계속 응모하고 몇 년 전부터는 ‘앉으면 무조건 쓴다’는 자세로 소설 쓰기에 매진했는데도 계속 (문학상) 공모에 떨어졌다(웃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손 작가는 문학상에 응모할 때마다 가명을 썼는데 그렇게 만든 이름이 무려 30개가 넘는다고 했다. 어떻게 해서 소설을 쓰게 됐을까. “어려서부터 책 읽는 걸 참 좋아했다. 어머니는 시험 기간이라도 책을 읽고 있으면 내버려 두셨다. 심지어 그게 만화책이라도.” 자연스럽게 순정만화부터 세계문학 전집까지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쓰는 데 관심이 많았지만 자신은 없었다고 한다. “작가가 되려면 뭔가 아주 특별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거나…. 그런데 어느 순간 알게 됐다. 충분히 사랑 받아 낙천적인 이들도 나름의 장점이 있더라. 누구나 하는 평범한 경험과 일상을 소중하게 바라볼 수 있다.”
실제 소설 ‘아몬드’는 여성 대다수가 경험하는 출산 경험이 그 씨앗이다. 손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침대 위에서 꼬물대는 아기를 볼 때마다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아이가 어떤 모습이든 변함없이 사랑을 줄 수 있을까. 그 질문에서 출발해 두 아이가 만들어졌고 그들이 윤재와 곤”이라고 했다.
‘아몬드’는 감정 표현력이 떨어지는 주인공 윤재가 곤이라는 친구를 만나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서른의 반격’에는 1988년생 주인공 김지혜가 ‘루저’로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불의에 대항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기본적으로 낙관적이다. 요즘 젊은 작가들의 소설이 ‘헬조선’ 사회나 무기력한 개인을 그리는 것과는 다른 시선이다.
“사회 현실을 다루더라도 ‘왜 꼭 무거워야 하지?’ 하는 의문이 있었다. 아무리 어두운 현실이라도 그 안에 발랄함이 숨어 있다. 젊기에 희망을 찾으려는 노력을 한다.” 손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은 좌충우돌하면서도 성장의 궤도를 그린다. 주인공의 마음과 반전 있는 이야기를 엮어가는 솜씨가 노련하다.
대학 재학 중이던 2001년 씨네21평론상을 받았고 2005년 영화 연출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우수상을 받았다. “20대에 영화평론으로 등단해 시나리오 공모도 되고 영화로 상도 받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소설은 써도 써도 잘 안 되더라”며 웃었다. 소설 등단은 늦었지만 이미 오래전 이야기꾼으로 인정받았던 것이다. 그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 또 어떤 소설을 발표할까.
“장편 2편을 동시에 쓰고 있다. 하나는 연애소설이고 하나는 이해하기 힘든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이다.” 올해 탈고가 목표다. “내 외증조모는 ‘아몬드’에 나오는 할머니처럼 대차다. 나중엔 증조할머니로부터 현재까지 4대로 이어지는 딸들의 역사를 다룬 대하소설을 쓰고 싶다. 펄 벅의 ‘대지’ 같은.” 앞으로 나올 ‘손원평표’ 소설이 기다려진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2018 빛낼 문화계 스타] 소설가 손원평 “앉으면 무조건 썼다… 나도 읽고 싶은 소설”
입력 2018-01-18 05:01 수정 2018-01-23 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