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흑인차별로 美 정부서 고소당한 전력 있다

입력 2018-01-16 19:38 수정 2018-01-16 21:26
미국의 아이티계 주민들이 1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개인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 근처에서 대통령을 희대의 독재자들(왼쪽부터 스탈린, 히틀러, 무솔리니)과 나란히 그린 그림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 아이티와 일부 아프리카 국가를 가리켜 ‘똥통(shithole)’이라고 표현한 것에 항의하는 시위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마러라고에 와서 사흘 연속 골프를 즐겼다. AP뉴시스

의도적으로 주택임대 배제한 혐의
흑인이란 이유로 회계사 해고도

마틴 루서 킹 기념일에 골프장行
대통령 기념식 참석하는 게 관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똥통’ 발언으로 인종차별 논란을 겪으면서 그의 과거 행적도 현지 언론으로부터 재조명받고 있다. 사업가 시절 유색인종에게 불이익을 주고 혐오발언을 일삼는 등 공공연한 인종차별주의자로서의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다. 유색인종 사회는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1929∼1968) 목사 탄생일인 15일(현지시간)을 맞아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젊은 시절부터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가 27세였던 1973년 미 정부는 주택 임대사업에서 흑인을 차별했다는 이유로 당시 부동산업체 회장이던 트럼프와 부친 프레드 트럼프를 고소했다. 트럼프 회사는 당시 흑인들의 임대 신청 서류에 유색인종(colored)을 뜻하는 ‘C’를 써넣어 조직적으로 탈락시켰다.

유색인종이란 이유로 직원을 해고한 적도 있다. 트럼프가 소유한 애틀랜틱시티 소재 호텔과 카지노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91년 출판된 책에서 트럼프가 “흑인은 태생적으로 게으르다. 돈을 맡길 수 없다”면서 흑인 회계사를 해고하도록 했다고 고발했다. 당시 카지노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흑인 직원들이 트럼프 부부가 업장을 방문할 때마다 물러나 있도록 지시받았다고 NYT에 밝혔다.

거액을 들여 유색인종 강간 용의자를 사형시켜야 한다는 광고도 냈다. 트럼프는 89년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백인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붙잡힌 빈민가 출신 유색인종 남성 5명을 사형시켜야 한다며 8만5000달러를 들여 4개의 일간지에 의견광고를 냈다. 물가상승을 고려했을 때 지난해 기준 1억58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트럼프는 2016년 유전자 검사로 용의자들의 무죄가 밝혀진 뒤에도 “당시 용의자들도 혐의를 인정했다”며 사과하지 않았다.

킹 목사 탄생일인 15일에도 논란을 자초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이날 첫 일정을 골프로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통상 전임 대통령들은 이날을 기념예배나 추모행사로 시작했다. 대표적 흑인 인권운동가의 기념일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전역에서는 반(反)트럼프 시위가 이어졌다. 킹 목사 딸 버니스 킹 목사는 애틀랜타 에벤에셀 침례교회 행사에서 “아버지의 유산을 잇지 않으려는 ‘한 사람’보다는 우리의 목소리가 더 커야 한다”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킹 목사 아들이자 변호사인 마틴 루서 킹 3세도 워싱턴DC 행사에서 “권력을 지닌 대통령이 인종주의를 실천하고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