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가입해야 받는데 영세 업체들이 꺼려
12월 신규 가입 증가 4%뿐
5인 미만 업체 가입시키기
주요 목표 삼고 독려하는 정부
정확한 업체 수 파악 못하고
“효과, 향후 판단해야” 밝혀
정부가 예산 3조원을 들여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를 지원할 방침이지만 제도를 시작하기도 전에 역풍이 예고되고 있다. 지원을 받으려면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편의점 등 영세 업체의 신규 가입률이 저조하다. 지속적으로 내야 하는 고용보험료를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영세 업체일수록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고용 인원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신규로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은 14만8639곳에 이른다. 2016년 11월과 비교해 3만2999곳(28.5%)이나 늘었다. 당시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거쳐 2조9707억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상을 확정·발표했다. 1인당 월 13만원을 보조하기로 했다. 다만 고용보험 가입을 필수요건으로 달았다. 정부 지원을 받으려는 업체의 고용보험 가입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불과 한 달 후인 지난해 12월 신규로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은 10만9413곳에 불과했다. 전년 동월 대비 4201곳(4.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각지대’에 있는 영세 업체의 신규 가입이 거의 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세종시의 한 편의점 업주는 “지난해 12월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받으라는 공문을 받았지만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규 고용보험 가입 업체가 크게 늘지 않으면 정부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근로자 30인 미만 업체를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편의점 등 근로자 5인 미만 업체가 핵심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5인 이상 업체의 근로자 90% 이상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다. 반면 5인 미만 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 중 고용보험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73.9%에 불과하다. 이들을 고용보험 사업장으로 끌어들여야 성패가 갈리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지만 신규 가입을 권유해야 할 5인 미만 업체 수가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통계조차 없다. 고용부 관계자는 “매년 사라지고 생기는 영세 업체가 너무 많아 수치를 명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간접통계로 보면 30만곳가량의 근로자 5인 미만 업체를 고용보험 신규 가입으로 유도해야 한다. 2015년 기준 312만5000곳이 근로자 5인 미만 업체다. 여기서 1인 기업과 가족 경영을 제외했을 때 한 명이라도 임금근로자를 고용한 업체는 114만1000곳이다.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근로자 비율(73.9%)을 적용하면 29만7801곳이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고용보험 저항’을 해결하는 게 관건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매달 근로자 월급의 0.9%인 고용보험료를 사업주가 부담해야 한다.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은 한시적이지만 부담은 지속된다. 그래서 아예 ‘임금 근로자 고용 없는’ 가족 경영으로 돌아서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편의점 업주는 “주말에 고용하던 아르바이트를 없애고 가족끼리 일을 나눠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후 첫 월급이 나가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통계 등을 보고 정책의 효과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일러스트=전진이 기자
최저임금 보전 ‘일자리 안정자금’, 시작부터 ‘고용보험 역풍’
입력 2018-01-15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