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경찰 반응
靑 “영장 청구권은 개헌 사항”
警 “영장 통해 경찰 수사 지휘
검찰 1차 수사 제한 유명무실”
청와대가 14일 내놓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은 검찰과 경찰의 해묵은 난제인 수사권 조정의 가이드라인 성격을 담고 있다. 검찰의 수사 영역을 축소하고 경찰의 1차 수사권을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의 핵심인 영장청구권 사항은 언급되지 않아 양측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행 헌법 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장 신청의 주체를 검사로 제한한 것이다. 경찰이 금융 계좌나 물품을 압수수색하거나 신병을 확보하려면 우선 검찰에 영장을 신청한 뒤 검찰의 판단 하에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구조여서 검찰이 경찰 수사를 지휘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그동안 검찰과 수사권 조정을 논의할 때마다 영장 청구권을 놓고 부딪혀왔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번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영장 청구권은 개헌 사항”이라고만 답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영장을 통해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체제가 바뀌지 않을 경우 검찰의 1차적 수사를 제한하는 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이 이를 반려하지 못하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우회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수사구조개혁단장을 맡았던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경찰이 1차적 수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압수수색영장, 체포영장이 검사에 의해 방해되는 일이 차단돼야 한다”며 “검사의 수사지휘권도 명시적으로 폐지하고 검·경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도록 상징적 협력규정을 명문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직접수사 영역을 상당부분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감지됐다. 대신 사개특위를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권 발동 대상과 조건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3월 대형비리나 대형 경제사건의 경우 고등검찰청 검사장 이상의 허가를 받아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검사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것도 이번 개혁안에는 담기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조서의 증거 능력을 낮추지 않으면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치경찰제의 경우 경찰개혁위가 지난해 11월 제시한 권고안이 대체로 수용됐다. 국가수사본부 설치에 따른 수사 및 행정경찰 분리, 자치경찰 업무 범위 등의 내용은 경찰 측 안이 상당 부분 받아들여졌다.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주고, 그 지역의 치안유지를 스스로 담당하게 하는 제도다. 경찰의 권한을 분산시켜 일선 경찰관들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관호 경찰청 자치경찰추진단장은 “큰 틀에서는 그동안 경찰개혁위에서 나왔던 안들과 의견들이 존중됐다”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공약으로 내건 정부의 뜻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권력기관 개혁] 영장 청구권 빠져 ‘檢·警 힘겨루기’ 본격화 전망
입력 2018-01-14 18:40 수정 2018-01-14 2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