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전 특검 “다스 120억 의혹 검찰에 인계”… 은폐 부인

입력 2018-01-14 18:54 수정 2018-01-14 22:22

정호영(사진) 전 BBK 특별검사가 다스(DAS) 여직원의 120억원 횡령 사실을 파악하고도 방기했다는 의혹에 대해 “오히려 검찰이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120억원 횡령 관련 기록 전부를 검찰로 넘겼으며, 이후 추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건 검찰 탓이란 주장이다.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돼 검찰 조사가 다가오자 적극 항변에 나선 것이다. 정 전 특검이 공식 기자회견을 연 건 2008년 2월 특검 수사 발표 이후 10년 만이다.

정 전 특검은 14일 서울 서초구의 한 상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2008년 특검 종료 후 수사 기간 생성된 모든 수사 자료와 그 목록을 서울중앙지검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스에서 빠져나간 120억원의 존재를 새롭게 찾아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성은 나오지 않아 특검법에 규정된 수사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의 일일 수사 진행 과정이 기록된 ‘일일상황보고’도 언론에 공개했다. 이어 “부실 수사로 특검을 초래한 검찰이, 특검이 인계한 기록을 전혀 보지 않았다는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검찰로 책임을 돌렸다. 동시에 직무유기의 성립 요건인 ‘고의성’ 부분을 부인하는 성격도 담겼다.

당시 검찰 측 관계자는 “상식을 벗어난 책임회피성 주장”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이 수사 종결 뒤 사건 이송·이첩이나 수사 의뢰 등 별도의 조치 없이 수만쪽 분량의 기록과 목록만 넘긴 터라 추가 수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다스 120억원 횡령 의혹 전담수사팀은 이번 주부터 정 전 특검과 특검보 5명 등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120억원 사건 처리 문제에 대한 특검팀 내부 의사결정 과정, 결과 발표 때 해당 의혹이 완전히 제외된 경위 등이 중점 조사될 것으로 보인다.

글=신훈 양민철 기자 zorba@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