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아시아 특급’의 열풍이 뜨겁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메달권 후보 상당수는 아시아계 선수들이다. 서구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가 유연성과 민첩함을 앞세운 기술이나 연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때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은 아시아계의 잔치였다. 일본의 인기스타 하뉴 유즈루(24)가 아시아 출신 최초로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아시아계 캐나다 선수인 패트릭 챈(28)이 은메달, 동메달은 카자흐스탄의 한국계 선수 데니스 텐(25)이 가져갔다. 텐은 구한말 의병장으로 활동한 민긍호 선생의 고손자로 알려져 더욱 관심을 모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이런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하뉴가 건재하고, 랭킹 2위 우노 쇼마(21·일본)도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일본 팬들은 두 선수의 메달 색깔이 궁금해 평창에 온다고 얘기할 정도다. 하뉴의 강력한 라이벌로 꼽힌 세계랭킹 5위 네이선 첸(19·미국)은 중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남자 피겨에서 아시아계 선수들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변방에 가까웠다. 피겨 종목이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서구권에서 인기가 높았기 때문이다.
아시아 피겨의 바람은 여자 선수들이 먼저 일으켰다. 1990년대 이토 미도리(일본·1992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은메달)와 2000년대 ‘피겨여제’ 김연아, 아사다 마오(일본) 등 아시아계 여자 스타들이 꾸준히 등장하면서 아시아계의 저력이 주목을 끌었다.
이런 열풍이 남자 피겨로 이어지면서 한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권 국가에서 피겨 유망주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방상아 SBS 피겨 해설위원은 11일 “이토 미도리 이후 일본은 적극적으로 피겨를 육성했고, 그 결실로 주니어 선수층이 두터워지면서 많은 정상급 선수가 배출됐다”며 “한국도 ‘김연아 키즈’로 이준형, 차준환 같은 좋은 남자 선수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작은 체형인 아시아계 선수들이 점프나 회전 등 기술적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는 “아시아계 선수가 서구권 선수보다 보통 체형이 작은 반면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빠르기 때문에 기술 구사가 좀 더 수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점프 후 착지 과정에서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아시아계 선수들이 부상 위험이 낮아 적극적으로 기술을 펼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男피겨, 어떻게 동양계가 석권했나… 점프·회전 탁월
입력 2018-01-12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