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효자 종목이지만 中 선수들의
밀치기 등 노골적인 반칙 행위로
다 잡은 금메달 눈앞에서 놓치거나
석연찮은 판정으로 실격 당하기도
中 선수 중 판커신은 ‘반칙왕’ 악명
이번 평창서도 ‘주의보’ 내려질 듯
그전엔 왕멍이 우리 선수들 괴롭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강’ 한국 여자 쇼트트랙을 위협하는 변수는 다른 나라의 집중적인 견제다. 특히 중국의 ‘나쁜 손’은 쇼트트랙 대표단에 경계 대상 1순위로 꼽힌다.
한국이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딴 금메달 26개 중 쇼트트랙에서 나온 것만 21개다. 쇼트트랙의 금메달 비중은 무려 80%가 넘는다. 은메달도 마찬가지다. 은메달 17개 가운데 12개가 쇼트트랙 선수들이 수확한 메달이다.
11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한국이 평창에서 금메달 8개로 종합 4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전통적인 효자종목 쇼트트랙이 최소 3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줘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위해 중국 선수들의 노골적인 반칙을 철저하게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 쇼트트랙 대표팀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중국 선수들과 질긴 악연이 있다. 중국 선수와 충돌 이후 페이스를 잃고 다 잡은 메달을 놓치기도 했고,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우리가 실격되기도 했다.
여자 쇼트트랙의 ‘에이스’ 최민정은 지난해 10월 말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G-100 미디어데이’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을 묻자 “중국 선수들과 부딪힘이 있었을 때 편파 판정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한국 쇼트트랙은 중국 때문에 눈물을 삼켜야 했다.
지난해 11월 19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끝난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대회 여자 3000m 결승에서 우리 대표팀은 중국 선수와 충돌하면서 넘어져 우승을 놓쳤다. 중국 선수가 페널티로 실격 처리되면서 우리가 동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다 잡은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중국 선수 중에서도 판커신은 ‘반칙왕’으로 악명이 높다. 우리 선수들을 겨냥해 노골적으로 반칙을 일삼는 선수다.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대표팀에는 ‘판커신 주의보’가 내려진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2차 월드컵 500m 준결승에서 최민정은 판커신과 충돌한 이후 균형을 잃고 3위로 통과했다. 추월을 시도하던 판커신이 최민정을 밀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지만 오히려 최민정이 실격 처리됐다.
지난해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심석희가 500m 결승에서 판커신과 충돌했다. 중계 화면에는 판커신이 왼손으로 심석희의 무릎을 붙잡는 장면이 잡혔지만 비디오 판독을 거친 결과 심석희와 판커신이 나란히 실격됐다.
판커신에게 반칙왕 오명이 붙은 대회는 2014년 소치올림픽이었다. 여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판커신이 앞서 달리던 박승희를 잡아채려는 동작이 화면에 잡혔다. 판커신의 손이 박승희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중심을 잃어서 그랬다”는 판커신의 변명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비난을 받았다.
판커신 이전에는 왕멍이 악연 깊은 선수였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여자 1500m 결승에서 변천사는 진선유와 최은경에 이어 3위로 골인했다. 그런데 경기 이후 왕멍을 밀쳤다는 개운치 않은 판정으로 왕멍에 동메달을 내줘야 했다. 당시 리플레이 화면에서는 오히려 왕멍이 변천사의 허벅지를 왼손으로 누르는 모습이 나와 오심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변천사의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년 뒤인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1500m 결승에서 변천사는 3위로 골인하면서 대형 태극기를 들고 한국 응원단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런데 경기 후 심판들이 변천사가 왕멍을 밀쳤다며 실격을 선언, 메달을 놓쳤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여자 3000m 계주에서 한국 선수들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경기 이후 실격 판정을 받아 중국에 금메달을 내줬다. 올림픽 계주 5연패에 도전했던 한국 여자 대표팀은 납득하기 힘든 판정에 눈물을 쏟아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맞수 열전] “中 나쁜 손 철저 대비”… 韓 ‘女쇼트트랙 질긴 악연’ 끊는다
입력 2018-01-12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