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왜 그렇게 처리하셨어요” 조원동 질책한 까닭은

입력 2018-01-08 19:02

박근혜(얼굴) 전 대통령이 CJ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직접 지시하고 CJ가 만든 영화와 방송의 좌편향을 문제 삼았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손경식 CJ회장과 조원동 전 경제수석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등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증언을 내놨다.

이날 재판에선 박 전 대통령이 CJ의 좌편향을 언급한 손 회장의 검찰 진술조서가 공개됐다. 조서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11월 28일 단독면담 당시 “CJ의 영화·방송 사업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죄송하다. 이번에 좌편향된 사람들을 모두 정리해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며 사과했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이) CJ에서 방향을 바꿔 잘 해준다면 나라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느냐”고 묻자 손 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단독면담 전인 2013년 7월쯤 조 전 수석이 손 회장에게 “VIP의 뜻”이라며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하자 이 부회장과 함께 고민한 것과 관련, 검찰이 “정당한 요구가 아니었는데도 고민한 이유는 불이익을 우려했기 때문이냐”고 묻자 “그렇다. 검사님 말씀대로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 증인으로 출석한 조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퇴진을 직접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대통령은 “CJ가 걱정된다. 이 부회장을 물러나게 하고 손 회장이 경영을 맡게 하라”고 지시했다. 박 전 대통령이 조 전 수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CJ를 왜 그렇게 처리하셨어요”라고 질책한 사실도 드러났다. 조 전 수석이 손 부회장과 전화하며 ‘대통령의 뜻’이라고 언급한 부분이 녹음된 사실이 청와대에 보고된 직후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