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등 쟁쟁한 선수들 물리쳐
김연아 경쟁자였던 와그너 탈락
미국선수권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미국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신성으로 떠오른 브레이디 테넬(20)과 스케이팅의 만남은 몸속 깊은 끌림이 있었다.
테넬은 지난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2018 미국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5.72점으로 1위에 올랐다. 앞서 쇼트 프로그램에서도 73.79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테넬은 총점 219.51점으로 우승을 차지, 미국이 확보한 3장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 중 1장의 주인공이 됐다.
일리노이주 윈필드에서 태어난 테넬은 만 세 살이 되기 전인 2000년부터 일찌감치 스케이트를 배웠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테넬은 “스케이팅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그에게 스케이팅은 하나의 본능이었다. 이어 그는 “내가 스케이트를 타러 가자고 조르면, 어머니가 전화번호부를 펼친 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아이스링크를 찾아 데려가 주셨다”고 회상했다.
2015년 미국선수권대회에서 주니어 금메달을 획득하며 테넬은 두각을 드러냈지만 시니어 무대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지만 미국선수권대회에서는 9위에 그쳤다. 절치부심한 테넬은 지난해 11월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200점을 돌파한 끝에 동메달을 따면서 기대주로 떠올랐다. 애슐리 와그너(27), 그레이시 골드 이후로 200점을 돌파한 세 번째 미국 여자선수가 됐다.
이 같은 상승세를 바탕으로 테넬은 이번 대회에 나섰고 결국 완벽에 가까운 연기로 쇼트와 프리, 합계 점수에서 모두 자신의 최고기록을 뛰어 넘었다. 미국 여자 싱글 간판인 와그너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무대에 섰던 미라이 나가수(25)가 우승하리라는 항간의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특히 테넬은 쇼트 프로그램에서 한국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삽입된 이동준 음악감독의 곡 ‘태극기 휘날리며(Taegukgi)’에 맞춰 연기해 눈길을 끌었다. 평창에서도 그의 연기에 ‘태극기 휘날리며’가 따라 울려 퍼질 전망이다.
우승 직후 테넬은 “침착하게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했다. 결과에 너무 놀랐고 말로 표현할 수도 없다”고 기뻐했다.
한편 미국피겨스케이팅연맹은 7일 평창올림픽에 출전할 여자 싱글 대표팀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테넬에 이어 미국선수권대회 2, 3위에 오른 나가수와 캐런 천(19)이 포함됐다. 김연아의 경쟁자였던 와그너는 4위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상헌 기자
‘태극기 휘날리며’ 맞춰… 美 테넬, 올림픽 선발전 ‘깜짝 우승’
입력 2018-01-0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