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요 급증세 지속
중국의 시장 진입 등 변수
정유·화학 수요도 높아져
급격한 유가 변동은 악재
자동차·부품 작년과 비슷
철강·선박 ‘먹구름’ 예상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수출이 올해도 성장세를 유지하겠지만 지난해와 같은 폭의 성장은 힘들 전망이다. ‘슈퍼 사이클(장기호황)’을 탄 반도체 정유·화학이 호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추진력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올해 수출 증가 목표를 4% 이상으로 잡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주요 연구기관이 지난해 말 예측한 올해 수출 증가율은 5∼6%대다. 수출이 줄었던 2016년과 비교하면 2년 연속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하는 것이지만 지난해 두 자릿수 수출 증가율(15.8%)에 비해선 예상치가 크게 낮다.
지난해 전체 수출의 17% 정도를 차지했던 반도체의 경우 올해도 수요 우위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투자 확대 영향 등으로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WSTS)는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7% 증가한 437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70% 이상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D램 시장은 844억 달러로 전년(722억 달러) 대비 16.9%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업체와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가 유지되고 있어 올해도 좋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를 정점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꺾일 것으로 전망되는 점,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이 이르면 올해 말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는 점은 변수다.
반도체와 함께 수출을 이끈 정유·화학도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수출 단가 상승의 효과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정유 및 화학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업계가 설비 증설에 따른 효과를 당분간 계속 볼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급격한 유가 변동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의 경우 글로벌 수요 증가에도 원화 강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 및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로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철강과 선박은 각각 미국·중국의 수입 규제 확대 영향, 지난해까지 이어진 수주 부진으로 수출이 줄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수출품의 회복이 더딜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착시’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산업부는 “경기적 요인은 개선되겠지만 보호무역주의, 통화정책 정상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른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정치 상황에 따른 변수도 수출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국내 산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입법 지연에 따른 변동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완충기간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질 경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인력수급 문제가 표면화돼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반도체·정유·화학 ‘슈퍼사이클’ 선전 확실… 2018 수출 전망
입력 2018-01-02 05:03 수정 2018-01-02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