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민일보 창간 30돌 맞아 ‘자코메티 재단’과 특별전
자코메티 말년 최고의 걸작
전쟁폐허 속 인간본질 다뤄
한국사회의 미래 조명 기회
오는 12월21∼내년 4월15일
예술의전당서 116점 전시
작품 평가액 2조1000억원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은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
그가 온다. ‘걸어가는 사람(Walking Man)’의 조각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예술가, 가장 작품 가격이 비싼 조각가, 현대미술의 거인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 그의 걸작선(傑作選)이 한국에 처음 온다.
국민일보는 내년 창간 3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파리의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과 공동 주최로 12월 21일부터 내년 4월 1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을 갖는다. 자코메티 전시회는 국내 처음이다.
국민일보는 세상에 민주화의 열기가 가득하던 1988년, 세상에 걸어 나왔다. 어느덧 서른 살 어른이 된다.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 독자와 함께 다시 당당히, 성큼성큼 걷고자 한다. 자코메티 말년의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걸어가는 사람’은 새로운 미래, 새로운 사회를 열고자 하는 우리의 자세, 우리의 각오다. 재도약의 출사표다.
스위스 태생의 조각가이자 화가, 판화가인 자코메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더 이상 걷어낼 것이 없는, 철사처럼 가늘고 긴 인간 형상을 만들어냄으로써 현대 조각사에 획을 그었다. 전쟁이 남긴 폐허, 대량살육의 상흔과 허무를 딛고 인간 본질과 실존의 문제를 치열하고 심오하게 다룬 예술가다.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은 1일 “뼈대에 근육과 살을 붙이는 게 아니라 거꾸로 걷어내고 걷어내 군더더기 없는 본연의 인간상을 만들어냈다”며 “절대에 대한 그의 추구는 종교를 초월한 구원의 메시지를 던진다”고 평했다.
세상은 그의 독창성과 위대함에 조각 작품 사상 가장 비싼 경매가격으로 화답하고 있다. 자코메티 조각의 선언서 같은 ‘가리키는 남자’(Man Pointing·1948)는 2015년 조각 사상 최고가인 1억4128만 달러(1575억원)에 팔렸다. 이번에 한국에 처음 오는 ‘걸어가는 사람’은 두 번째로 비싼 조각(1억393만 달러·1158억원)이다. 그러나 원숙기인 59세 때 작품인 데다 미국 뉴욕 마천루 사이를 걸어가는 당당한 인간의 자세, 등신대를 훌쩍 넘는 188㎝ 높이의 압도적 크기로 미술사적으로 더 의미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지금 한국 사회는 촛불집회 1년을 맞아 어느 때보다 사회적 성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87년 민주화 항쟁의 열기가 잉태시킨 국민일보는 이제 87년 체제를 넘어서 새로운 시대를 모색하는 정론지의 역할을 다짐하며 자코메티 전시를 갖는다. 욕망과 허영을 마지막까지 비워낸 인간의 모습, 가장 가벼워진 몸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태도다.
이번 전시는 ‘걸어가는 사람’을 비롯해 총 41점의 조각, 자화상을 비롯한 11점의 회화, 자코메티의 민낯을 보여주는 26점의 드로잉과 판화, 사진 등 총 116점의 엄선된 명작들로 구성됐다. 작품평가액만 전시 사상 두 번째인 2조1000억원에 달하는 기념비적인 전시를 예고한다.
손영옥 선임기자yosohn@kmib.co.kr
‘걸어가는 사람’ 그가 한국에 온다… 조각가 자코메티 작품 첫 한국 나들이
입력 2017-11-02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