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 신평면 주민들의 평균 연령은 63.7세. 우리나라에서 ‘최고령’ 동네로 꼽힌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2016)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84곳이 30년 안에 사라질 수 있는데, 신평면이 ‘소멸 위험 마을’ 1순위를 오르내린다.
덕봉교회(김양은 목사)는 신평면 덕봉리에서 113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예배처소다. 60∼70대 성도만 12명인 미자립교회다. 담임목사의 한 달 사례비는 80만원 정도. 생활비에 자녀 학비 걱정이 끊이질 않지만 김양은 목사는 목회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국민일보는 전국에서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지역의 교회 사역 현황(국민일보 5월 31일자 25면 참조)에 이어 지난 24일부터 1일까지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15개 읍·면·동 지역(군부대 등 특수지역 제외·표 참조) 교회 20여 곳의 목회자 등으로부터 사역 현황을 청취했다.
■(1) '1인 다역' 만능 목회자
전남 여수의 섬마을 낭도에 있는 규포교회 명이복(62) 목사는 마을 이장을 겸하고 있다. 섬에 온지 16년째인 그는 주일엔 설교 목사이지만 평일엔 마을 심부름꾼으로 변신한다. 이발 봉사는 기본이고 운전대를 잡고 직접 응급환자를 실어 나르는가 하면 배로 2시간 걸리는 육지로 직접 나가 장을 봐오기까지 한다. 고철도 줍는다.
또 "평생 소원이 목욕탕에 가보는 것"이라는 90대 중반의 동네 할머니 얘기를 듣고 2년에 걸쳐 목욕탕을 겸한 작은 동네 찜질방까지 만들기도 했다.
명 목사는 "주민 상당수의 연령이 80대 전후라 일은커녕 활동조차 어려운 분들이 많은 동네"라며 "노인 성도들의 손발이 돼주는 게 1차적인 사역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 마을 하화교회 김영구(64) 목사는 최근 발마사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섬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봉사하고 있다.
경북 영덕군 창수면 오서로에 있는 삼계교회(김상곤 목사)는 2년 전부터 주민들의 생계 활동을 돕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농산물을 중개상들에게 넘기면서 이윤을 거의 남기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한 뒤 김상곤 목사가 직접 나서게 된 것. 가령 600g에 6000원 정도 하던 고춧가루를 1만원에 팔 수 있도록 판로를 확보해주는 식이다.
■(2) 마을 순회 심방 '발품 전도'
인구와 성도 감소로 교회는 비어가고 있지만 목회자의 사명인 구령 사역은 활발하다.
'전도하는 교회' 기치를 내건 전남 고흥군 두원면의 두원교회(김만철 목사)는 값진 열매를 맛보고 있다. 3년 전 김만철 목사 부임 당시 70명이던 등록 교인은 5월말 현재 203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김 목사는 전도 노하우를 설명하면서 "매주 화·목요일마다 노인 회관을 다니며 건강 정보를 전해드리고, 농한기에는 전도 잔치도 열어드린다"고 귀띔했다. 소위 '발품 전도'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성도 12명의 경북 의성 덕봉교회 김양은 목사의 중점 사역도 전도다. 그는 "아직까지 열매도 없고 당장의 효과는 없다"면서도 "주민들이 마음의 문을 열 때까지 멈출 순 없다"고 전했다. 전남 고흥의 풍류교회 서석현 목사는 성도 심방 횟수가 하루 평균 4∼5회에 달한다. 30명 정도 되는 성도 평균 연령대가 80대 중반으로 대부분 거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밖에 일부 교회에서는 최근 농촌지역까지 파고든 이단의 포교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성경 공부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3) 시설 보수·농사 일손 도움
"교회 건물 어디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제때 고치는 게 너무 힘들어요."(전남 화순 청풍중앙교회 제광온 목사) "고령 어르신들이 많아서 농번기 일손도 절실하고, 치과 같은 의료 분야나 미용 봉사도 큰 도움이 되지요."(충남 서천신흥교회 이윤종 목사)
최고령 동네를 섬기는 목회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형편이다. 일할 사람이 없고, 재정형편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경북 영덕의 창수교회 하재수 목사는 "40년 넘은 교회 건물을 10년 넘게 수리만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구자창 권중혁 손재호 신재희 이현우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전국 평균 연령 톱 10’ 지역 교회들 사역 들여다보니
입력 2017-06-0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