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국민연금, 朴 대통령 뇌물죄 열쇠”

입력 2016-12-28 04:10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국민연금공단 수사를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와 연결되는 관문의 열쇠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이 외부권력의 영향권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다수의 정황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수사 막바지인 지난달 23일 국민연금을 압수수색해 공단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게 된 속사정을 보여주는 내부 서류, 직원 이메일 내용 등을 확보했다. 이를 기점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 문제를 대하는 특수본 내부 기류도 바뀌었다고 한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27일 “국민연금 쪽이 예상보다 내부 자료 단속이 덜 돼 있었던 것 같다”며 “압수수색 이후 수사팀에서 뇌물 수사에 자신감을 보였다”고 전했다.

삼성 측의 철저한 방비로 3차례 미래전략실 등을 압수수색하고도 ‘대가성의 고리’를 찾는 데 큰 진척이 없던 상황에서 우회로였던 국민연금에서 유의미한 단서들이 나왔다는 얘기다. 삼성 압수수색 때는 최순실(60)씨에 대해 제3자 뇌물이 아닌 알선수재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같은 달 24일 면세점 특허권 의혹과 관련해 롯데와 SK를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처음으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적시했다. 최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제3자 뇌물 혐의 피의자로 입건한 것이다.

국민연금 압수수색 이후 지난 11일 수사 결과 발표 때까지 삼성 경영진에 대한 추가 소환조사는 진행되지 못했다. 검찰은 지난달 12일과 16일 삼성전자 박상진 대외협력담당 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국민연금 압수수색 이틀 뒤인 25일 3차 소환을 통보했지만 박 사장은 맹장 수술을 이유로 불응했다. 삼성 측이 검찰의 기류 변화를 눈치 채고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이 그 무렵 검찰보다 특검 수사에 초점을 맞추려 한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결국 대통령에 대한 제3자 뇌물 혐의 수사는 특검 몫으로 넘겼다. 검찰 내부에서는 “시간만 더 있었더라면 뇌물죄까지 갈 수 있었다”는 말이 나왔다.

특검팀은 검찰 수사 기록을 검토한 뒤 “주요 증거 확보가 상당히 잘돼 있다”고 평가했다. 특검팀은 이를 기반으로 공식 수사 개시 이전에 박 사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을 비공개로 만나는 등 사전 정비 작업을 했다.

이어 지난 21일 첫 압수수색 대상으로 국민연금과 보건복지부를 택했다.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인사들에 대한 줄소환도 진행 중이다. 특검팀은 어느 특정 시점이 아니라 지난 5월 삼성의 합병 공시 이래 7월 합병 가결까지의 국민연금과 삼성, 청와대의 움직임을 하나의 연결선상에서 파악하려 한다. 합병 이후의 행보도 주목 대상이다. 특검팀이 박 대통령을 제3자 뇌물 혐의로 정식 입건하는 시점도 국민연금 수사 경과에 달려 있다.












글=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