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미소… 대표팀 맏형이 돌아왔다

입력 2016-12-19 00:04
한국 남자 쇼트트랙 베테랑 이정수가 지난 17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활짝 웃으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세계 최강인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12년 만에 당한 치욕이었다. 당시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던 이정수(27·고양시청)는 한국에서 TV 중계로 고개를 숙인 후배들을 보면서 속을 끓였다.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던 그는 2018년 평창 대회에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다시 쇼트트랙으로 돌아왔다. 2010년 밴쿠버 대회 남자 쇼트트랙 2관왕(1000m·1500m 우승)인 그는 화려하게 부활해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이정수는 17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14초317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손에 쥐었다. 지난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막을 내린 월드컵 3차 대회에 이어 2연속 금메달이다. 이정수는 마지막 바퀴를 남겨둔 시점까지 4위였으나, 바깥쪽 코너에서 안쪽으로 파고들어 1위를 차지했다.

2008년 성인대표팀 태극마크를 단 이정수는 2년 만에 올림픽 정상에 오르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2014년 러시아로 귀화를 선택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의 뒤를 이어 한국 쇼트트랙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평가받았다.

지난 6년간 이정수의 쇼트트랙 인생은 험난했다. 밴쿠버올림픽이 끝난 뒤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승부조작 파문에 휩싸였고,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6개월간 선수자격정지를 당했다. 이정수는 징계에서 풀린 뒤 다시 쇼트트랙에 전념했다. 하지만 이번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이정수는 2013년 4월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허리 부상의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쇼트트랙을 잠시 접어두고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해 소치동계올림픽 참가를 노렸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이정수는 2014-2015 시즌 다시 쇼트트랙 대표팀에 복귀했다. 동계올림픽 효자종목으로 불려온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명예회복을 위해 선봉장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제 남자 대표팀의 후배들을 이끄는 ‘맏형’ 위치에 섰다.

올해도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성적은 좋지 못했다. 각국의 남자 선수들이 힘과 기술을 동시에 갖추면서 전력 평준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지난 월드컵 1차 대회에서 개인전 노메달에 그쳤다.

이정수는 월드컵 2차 대회 15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맏형의 역할을 해내기 시작했다. 이어진 3, 4차 대회에서 2연속 금메달로 부활을 알렸다. 이정수는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금메달을 따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월드컵 2연속 금메달을 딴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난 6년간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평창올림픽 하나 보고 버텼다”고 그간의 심정도 털어놨다.

심석희 1500m 4연패… 최민정 500m 대회 첫 金

한편 심석희(19·한국체대)와 최민정(18·서현고)은 18일 대회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추가해 월드컵 1차부터 4차 대회까지 나란히 4연속 2관왕에 올랐다. 심석희는 전날 1500m 금메달을 차지해 종목 최강자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전날 1000m에서 은메달로 아쉬움을 삼켰던 최민정은 대회 마지막 날 500m 결승과 3000m 계주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어 4연속 2관왕을 차지했다. 올 시즌 남녀 대표팀 선수 중 500m에서 우승한 선수는 최민정뿐이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차지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