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국무장관 1순위로 거론됐던 밋 롬니(사진)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단 한 가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낙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공개사과였다.
CNN방송은 14일(현지시간) 대선 기간 트럼프에게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던 롬니가 이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아 내각에 기용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롬니는 대선 때 “트럼프는 가짜고 사기꾼”이라며 날선 비난을 쏟아내 연일 언론에 오르내렸다.
트럼프는 당선 후 롬니를 국무장관 후보에 올렸다. 공화당 주류를 포용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였다. 롬니가 지난달 19일과 29일 두 차례 트럼프와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무장관실 문턱까지 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측근들이 반발했다. 수석고문인 켈리안 콘웨이는 “당 통합을 대가로 국무장관 자리를 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도 롬니가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측근들을 달래려 했던 트럼프는 롬니에게 ‘잘못 생각했다’는 한마디 말을 요구했다. 하지만 롬니는 “지난 일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다. 결국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 렉스 틸러슨이 국무장관 자리를 꿰찼다.
롬니 측 참모인 댄 세너는 “롬니가 면접에 참여한 것과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CNN은 “절묘하게도 롬니가 2012년 펴낸 자서전 제목은 ‘위대한 미국은 사과하지 않는다(No Apology)’였다”고 언급했다.
한편 미 외교의 대부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뉴욕에서 열린 한 외교행사에서 “트럼프가 틸러슨을 지명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틸러슨이 친러 인사라는 지적에 대해선 “러시아와 친하지 않았다면 엑손모빌 총수로서 그는 쓸모없었을 것”이라며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밋 롬니 국무장관 낙마, 공개 사과 거부한 탓”
입력 2016-12-16 00:01